절대 늦잠 안 자는 사람이 있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능력 중 하나는 원하는 시간에 자유자재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새벽 3시에도 일어날 수 있다. 6시 이후의 기상은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떠지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늦잠을 잤다. 늦잠 때문에 망했다는 기분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이더라.
오랜만에 만난 늦잠 경험은 생각보다 우아했다. 눈을 떠 시계를 보고 짧게 한 번 부정했다가, 바로 받아들였다. 이 모든 과정이 아주 느리게 흘러갔다. 핸드폰을 찾아 전화했다. 변명을 할까 하다가, 솔직히 말했다. 늦잠 잤다고. 그리고 슬쩍 덧붙였다. 알람이 안 울렸다고.
나는 시간에 예민한 사람이라 웬만해선 늦지 않는다. 알람이 안 울려 늦었다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알람이 안 울린 게 아니라 그걸 못 들은 거겠지.' 막상 내 일이 되니 왜 알람이 안 울렸다고 하는지 알겠다. 알람의 기억이 전무해 '알람이 제대로 울린 게 맞나?' 하는 합리적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물론 '알람이 안 울린 게 아니라 그걸 못 들은 거겠지'만.
'일어나기'는 내 전문 분야기 때문에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우선 일정이 급하게 바뀌어 내 몸이 충분히 인지하고 기억할 시간이 부족했고, 그런 와중에 전날 3시까지 안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결정적 이유는 새벽 1시에 마신 맥주 한 캔이다. 나는 경제적인 주량을 가지고 있기에 355ml 맥주 한 캔이 가장 적당하다. 그보다 좀 더 큰 440ml 맥주 한 캔을 마시면 술에 취해 다음날 숙취가 있다. 어제는 냉장고에 440ml밖에 없었다. 위험할 것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마셔버렸다.
예전엔 예상치 못한 일로 실수가 발생하면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나를 탓하기도 하고, 남을 탓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일은 일단 벌어졌고,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떤 해결 방안이 가장 합리적인 지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이런 실수를 야기한 잘못된 생활 습관을 찾아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같이 알게 됐다.
지각은 했지만, 마음은 평온하다. 늦잠을 잤더니 푹 잔 기분이 든다. 사람이 가끔은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 뭐.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엔 안늦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