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성 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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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우리는 동거 중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의 마음이 멀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애써 모른 척 하던 중 일이 터졌다. 그가 우리의 집에 새로운 여자친구를 데려온 것이다. 나는 그것은 룰을 위반하는 거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 여자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쿨한 척 간단한 옷가지를 챙기면서 생각했다. '제발 말려줘. 제발 못 나가게 붙잡아줘.'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보기만 했고, 나는 그 집을 나왔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었다. 나는 익숙한 우리 집 다락방에 칼을 들고 숨어있었다. 그를 죽이기로 했다. 우리 집은 3층인데 그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죽이며 그를 기다렸다. 그런데 2층에서 싸우는 소리와 비명이 들렸다. 그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이 그를 먼저 죽인 것이다. 얼른 도망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몸이 굳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 연인을 죽인 저 사람이라도 죽여야 하나'. 짧지만 긴 시간이 지나고 그가 올라왔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이국에서 이런 꿈을 꾸다니. 문득 이 상황이 하루키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묘한 새벽이었다. 식은땀을 닦고, 대충 씻고 밖으로 나왔다. 화창한 아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적 없이 길을 걸으며 내가 지나온 남자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릴 적 나의 모든 불행과 슬픔은 외부에 있었고, 유일한 행복은 사랑에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누군가를 좋아했다. 그 사랑의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사랑할 사람이 필요했다. 사소한 친절이 계기가 된 적도 있었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깊은 슬픔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했던 적도 있다.

나는 '거세'된 남자를 좋아했다. 키가 작거나 비쩍 마른, 체구가 왜소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꼈다. 어쩌다 보니, 그들은 대개 예술가였다. 나는 그중에서도 자신의 예술을 하고자 하는, 다시 말해 돈을 벌지 못하는(돈을 벌 의지가 없는) 남자에게 병적으로 끌렸다. 오래전부터 나는 예술을 팔아 장사를 하는 장사치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예술을 팔아 돈을 벌어오면, 그 돈으로 우리의 방에서 진짜 예술을 하는 남자. 이것이 내가 꿈꾸던 이상형이자 이상향이었다.

나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이었기에 위험한 사랑을 참 많이도 했다. 사랑만 있으면 인생은 저절로 행복해질 거라는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기도 했다. 내가 그때 어떤 사랑에 성공했다면 낡아 버린 손으로 어렸던 나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사랑은 실패했고, 그래서 나는 아직도 대책없는 낙관을 한다. 사랑만 있으면 인생은 언제든, 어디서든 행복할 것이라고.


발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왜 신혼여행지로 유명한지 와보고야 알게 되었다. 이곳은 누구와 있든 함께만 한다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내가 사랑했던 많은 남자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문득 그들의 인생을 더듬어본다. 그들의 삶이 어디로 흘러갈까. 다행히 나는 그들을 죽이지 않고도 떠나올 수 있었다. 한없이 진지했던 그 사람들. 밥은 벌어 먹고사는지 궁금하다. 어떻게든 빌린 돈 때문에는 죽질 않길. 예술을 하든 말든, 그들 삶이 좀 더 편해지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지나온 사랑을 뒤로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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