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몇 개의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요.
허심탄회하게 얘기 해보고 싶어 즉흥적으로 써봅니다.
저에겐 생선 공포증이 있어요.
생선을 먹지도, 보지도 못하는 공포증이지요.
7~8세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구운 생선 요리를 먹다 목에 가시가 걸렸어요.
제 기억으론 응급실에 갔던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부모님도 잘 기억하지 못하세요.
그 날의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생선을 먹었던 식당의 위치와 그 내부 공간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아마 이 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생선을 무척 좋아했었거든요.
제 생선 공포증은 좀 유난스럽습니다.
부모님은 생선 요리를 정말 좋아하시는데요 생선 구이가 식탁에 올라오면 바깥에 나가질 못했어요.
지짐류는 그나마 나았지만 똑같이 역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급식실이 교실과 다른 건물이었는데 생선 요리가 나오는 날은 알 수 있었어요.
아무도 못맡는 냄새를 저만 맡았고, 급식실 건물에 있는 매점도 갈 수 없어 친구들에게 빵을 사다달라 부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저는 아직도 재래시장을 가질 않아요.
아예 밖에 나와있거나,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하는 상황이면 양 옆에 늘어선 생선을 피해 코를 막고 땅바닥만 보고 걸어갑니다.
내 옆에 생선들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괴로워요.
생선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저에겐 좀 괴로운데요.
제가 특히 더 두려워 하는 것은 등푸른 생선입니다.
은색 비늘, 그리고 무엇보다 생선의 눈이 정말 공포스러워요.
가끔 티비를 보거나, 인터넷에서 글을 읽을 때 무심코 생선을 만나게 되면 아직도 몸이 굳으면서 사고가 멈춥니다.
(팀 버튼의 빅 피쉬를 보다 10분도 못보고 껐던 것 같습니다. 제게는 호러영화였어요)
제 생선 트라우마를 고쳐보고자 노력했던 세 개의 사건이 생각나요.
저는 생선 뿐 아니라 홍합, 굴이나 참치, 김자반 같은 것도 먹지 않아요.
김자반은 특히나 그 냄새가 역해서 맡기만해도 얼굴이 찌푸려집니다.
중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가 김자반을 못먹는 걸 이해하지 못했어요.
친구의 끝없는 설득 끝에 김자반을 소량 먹었고, 그때 구역질을 꽤 오래 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가 그 뒤로 무서워 생선 주변에 저를 데리고 가지도 않았죠)
하나는 생선을 못먹는 제가 걱정이 되셨는지 엄마가 고등어 구이를 먹으면 20만원을 준다고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생에게 20만원은 거의 꿈과 같은 금액이라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근데 마지막까지 젓가락을 들 수가 없어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또 한 번은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시선을 끌고 방심한 틈을 타 생선을 보여줬던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제가 생선을 회피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자주 노출이 되면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보여준 생선 사진은 정말 제가 너무나도 무서워하는 고등어 사진이었어요.
저는 볼 때마다 심장이 멎을 듯 놀랐고(늘 기습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급기야 그 캐릭터만 보면 생선이 떠올라 괴롭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강압적이고 1차원적인 치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예전에 일본으로 공연을 갔던 적이 있어요.
공연 주최측에서 준비해주신 코스 요리를 공연 담당자분들과 함께 먹는 자리였습니다.
그 날의 코스 요리가 적힌 종이가 나왔는데 일본어라 읽지를 못했어요.
정신을 놓고 있던 사이 일이 발생했습니다.
스테이크 같은 음식이었는데요.
한 입 베어물자마자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 때 바로 뱉었어야 했는데, 그게 뭔지 모른 채 조금 더 씹게 되었고 결국 그 자리를 뛰쳐나가게 되었어요.ㅠㅠ
알고보니 연어살로 만들어진 음식이었던 것이죠. (이 때가 어린 시절 이후 처음으로 생선을 먹은 때입니다!)
그때 정신없이 뛰쳐나가 쉴 새 없이 토악질을 하고, 진이 빠져 들어갔을 땐 모든 사람들이 저를 걱정하고 있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아찔했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생각과, 그와 별개로 계속 올라오는 생선의 비린내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실은 이것말고도 여러 불편함이 있습니다. 일일이 말할 순 없지만, 가장 큰 불편함은 타인이 나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일이지요.
생선 트라우마, 정말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피한다고 될 일인지, 그렇지 않다면 극복을 해야할지,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말이죠.
실은 이 글에 제가 두려워하는 생선 사진을 넣어보고 싶었습니다.
겁도 없이 구글에 생선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하고 이미지를 봤다 혼절하는 줄 알았어요.
나름 귀여운(실은 제겐 하나도 귀엽지 않답니다. 오래 들여다보면 이것 또한 공포에요) 생선 사진을 가져왔네요.
문득 고백해보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생선을 저처럼 두려워하는 사람을 보질 못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어떤 공포증, 트라우마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걸 극복해보신 적도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