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일상] 봐줬으면 하지만, 해시태그는 못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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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신청곡

지난 일요일, 3번째로 롤러장에 방문했다. 첫번째는 둘째 조카와 여름방학 데이트로, 두번째는 직장 동료 둘과 함께였다. 이번엔 언니와 형부의 결혼기념일을 기념해 아이들을 우리집에 맡긴 덕분에 가게 됐다.

엄마는 모임을 나가시고, 나는 임무를 시작했다. 영화관 갈래? 롤러장 갈래? 물어보니, 단번에 롤러장이라고 대답하는 아이들, 8살과 10살 초딩 아가씨들이다. 영화관을 간다고 하면 [아담스 패밀리]를 보고, 롤러장에 간다고 하면 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위아더나잇 노래를 왕창 신청해서 들어야지 했다. 나는 다 계획이 있는 이모다.

점심을 간단히 챙겨먹고 롤러장으로 향했다. 우리집에서 도보 20분 거리의 롤러장이다. 스벅 쿠폰이 있어 커피를 한잔 사가지고 들어간다. 나의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 알뜰하게도 물은 집에서 챙겨갔다. 물을 잘 먹는 아이들이기에.

아이들은 롤러를 타고, 방방을 타며 신나게 논다. 나는 위아더나잇 노래가 나올 때마다 감탄하면서 동영상을 이리저리 찍었다. 예쁘게 나왔으면 하고. 10여 개의 동영상을 찍었지만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영상이 그리 예쁘지도 않고 소리도 잡음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그래도 기념하고 싶어 인스타에 마구마구 올렸다. (비공개였던 인스타를 최근 전체공개로 바꾸었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해시태그 #위아더나잇 달면, 멤버들이 봐줄 수도, 보고 좋아요 해줄 수도 있을텐데. 나는 차마 해시태그는 못달겠다. 결국 동영상을 다 올리고 하루만에 지웠다.

이유는 우선 예쁘지가 않아서. 둘째로 그들이 못볼 수도 있으니. 셋째로 그들이 보지는 않을까 계속 마음 쓰게 되니까. 그런 이유로 지우고 나니, 다시 마음이 편해졌다. 마이웨이, 제멋대로인 나에게도 덕질에선 인정 욕구라는 것이 있는가 보다.

다시 또, 여기에라도 적으니 내 마음이 좋아진다. 내가 이렇게 좋아한 마음이 기록으로 남으니 말이다.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기 보단, 예쁜 구도로 영상을 찍으려고 손목을 고정하며 심오하면서도 집중한 시간을 보냈다. 2시간은 정말 금방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신청하지도 않은 [서로는 서로가]가 흘러나온 것. 조카들이 날 위해서 신청하고는 계속 그 순간을 기다렸던 것이다. 감. 동.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떡볶이와 오뎅을 사먹고, 집 앞 코인 노래방에 가서 각각 3곡씩 2000원 어치 노래를 부르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 사랑의 배터리, 티라미수 케익, 서로는 서로가, 보여줄게, 옥탑방. 이렇게 6곡이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참. 아이들의 노래와 춤사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특히, 위아더나잇의 [티라미수 케익], [서로는 서로가]를 부를 땐 더더욱. 고마운 아이들이다. 이모가 좋아하는 노래, 함께 좋아해줘서. 언젠가 같이 공연장 갈 날을 기대해본다. 일요일, 조카와 위나잇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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