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

17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 온 유학길에 엄빠는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만 정작 나는 신경도 아니쓰고 잘 살았다.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은 이 곳에서 형성됐다.

20살. 이제는 고향땅으로 돌아오라는 엄빠의 부름에도 여전히 머나먼 땅에서 대학을 다녔고 그 이후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이야기로 엄빠는 한차례 더 당황했다. 그래도 나름 가까운 중국으로 간다기에 한시름 놓으셨던 것 같다. 지금도 후회하는데 그 때 북경에서 아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24살. 이제 고향땅에서 정착하고 살려나 싶었지만 돌연 게임회사 인턴으로 뽑혔단 딸의 통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믿지 않으셨지만 나중에 출입증을 보여주고 난 뒤에서야 "얘가 또..." 라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서울 땅에 입성하고 나서 알아서 집을 구했고 알아서 적금을 들기 시작했고 알아서 여행을 다녔다. 필요한 건 내가 알아서. 가끔 내 뜻대로 안 풀릴 때, 하소연하며 엄빠의 가슴에 못질을 했다만 그래도 사고는 치지않았다.

27살. 여름 ㅡ 서울살이 2년차 여기저기 치고 밖고 다니는 딸에게 엄마가 " 엄마 옆에서 그냥 있음 안돼?" 라고 물었고
나는 " 그럼 나는 너무 편해져서 게을러질꺼야 그러면 더 큰 세계에 갈 수 없잖아" 라고 답했다.

엄마도 아빠도 서운하다는 말은 입밖으로 차마 꺼내진 못하고 "그래도 ..." 라고 여운만 남겼다.

그리고 지금, 서울살이 4년차.
여전히 떠나는 꿈을 꾼다.

  • 스팀잇 책자를 보고 하나 둘 배우는 중입니다
  • 천천히, 잘 해볼게요!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D13ACDE1-1952-4D8F-B3A4-7AEDA912B5F0.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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