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남이섬 여행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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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싱턴 리조트

켄싱턴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준비를 했다. 아이들에게 파스타를 해주기로 했었다. 명색이 요리하는 사람답게 직접 만든 소스들을 가게에서 공수했다. 파스타 면을 끓이고 알리오올리오, 치즈토마토, 크림, 로제 파스타를 차례로 만들었다. 결론은 실패. 너무 작은 통에 담아온 소스가 모자라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인덕션 화력이 약하다 보니 불 조절에 실패했다.(꼭 못하는 사람이 장비 탓을...) 아내와 아이들은 맛있다고 했지만, 예전에 보여줬던 감동적인 리액션은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리조트 근처 산책로를 한 바퀴 거닐었다.

*네놈에게 초상권 따윈...

*난 E다...

*첫째와 아내... 내 자린데...

*막내와 아내... 다 뺏기는구나...

인터랙티브 아트 뮤지엄 방문 후 우리 가족은 여행의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 위해 가평 토속 음식이라는 잣두부를 먹기로 했다.

첫날 우리는 제법 유명하다는 가평역 근처의 음식점에서 닭갈비와 막국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가평군 100대 맛집 중 하나로 선정된 집이었다. 맛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히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니었다. 닭갈비보다는 막국수에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다.

*곤드레전병

*꼬물이만두

둘째 날 아내가 폭풍 검색으로 찾은 잣두부 집도 가평군 100대 맛집 중 하나였다.
외국인을 포함한 내로라하는 먹방 선수들의 놀란 표정들이 캡처되어서 음식점 안팎을 장식하고 있었다.

*하루만에 방전된 아이들...

*직접 만든 두부에 잣이 알알이 박혀있다.

*두부버섯전골과 두부보쌈, 순두부, 두부조림, 곤드레밥이 포함된 세트 메뉴와 막국수를 주문했다. 공기밥 추가요...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는 1% 더 탱탱한 두부에 잣이 씹힌다는 정도였다. 사실 잣과 두부의 조합이 잘 어울리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곤드레밥은 역시 정선에서 먹어야 한다.
나에게 맛집이란 한 숟가락 떴을 때 "와 맛있다"라는 말이 튀어나오던가, 슴슴하지만 먹는 내내 그 수수한 담백함이 점점 마음에 들던가, 나중에 생각나던가, 해야 한다.

우리 가족의 1박 2일 남이섬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아내와 나는 오랜만에 쐰 콧바람에 신났었고 아이들은 지쳐 쓰러질 정도로 뛰어놀았다. 올해 10살이 된 막내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세상이 이렇게 행복한 건지 몰랐어...

어린 놈이...

*남이섬 외전
결혼 전 젊었던 어느 날, 여친과 춘천가도 근처 어느 강변에 놀러 갔었다. 차가 없던 시절이라 버스 타고 기차 타고 물어물어 갔나 보다. 그곳에서 한나절을 보낸 우리는 어스름한 저녁에 남이섬에 가기로 결정했다. 밤 9시가 넘어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했으므로 우리는 허름한 민박을 잡았다. 오빠 믿지? 믿기는 개뿔... 동갑내기가 오빠냐!!
주변 음식점들은 손님이 거의 없었고 선술집 같은 건 눈 씻고 봐도 없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술을 사다가 민박집에서 마셨다. 아침이 밝아 거리에 나온 우리는 강변 어느 부대찌개 집에서 해장했다. 이런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이게 남이섬이야? 먹을 데 말고 아무것도 없네... 주차장만 크고... 여기 왜 오지???
술이 덜 깨서 멍했던 건지, 한참 지나서야 이곳이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이란 걸 알았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남이섬에 들어가지 않았고 그길로 돌아 나와 서울로 향했다.
그 여친과는 아이 셋 낳고 함께 잘살고 있지만, 첫째 아이가 그곳에서 생긴 건 아니다.



1박 2일 남이섬 여행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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