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는 장소에 대하여 -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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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엘 자주 갑니다. 책을 좋아한다는 흔한 이유 이외에도 서점 특유의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서가나 매대에 놓여있는 새 책의 차가운 감촉과 종이 냄새, 각자 책 고르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곳이 서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서점은 책을 사고 파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익한 강연도 듣고, 시원~한 아메리카노에 디저트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굳이 책을 사겠다는 목적이 없어도 할 것이 무궁무진한 장소가 되었죠.

7-8년 전, 광화문 K문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고, 직접 매장으로 찾아와 주문한 책을 받아가는 서비스였습니다. 당시 맡았던 일은 주문 리스트를 확인하고, 각 코너를 훑어 주문한 책을 찾아 고객이 방문 시, 내어주는 역할이었습니다. 하루종일 눈을 부릅뜨고 빽빽한 서가를 훑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부터 서점에 대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환상도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특히나 주말의 대형 서점은 돗떼기 시장을 방불케하는 많은 사람들로 저의 혼을 쏙 빼놓았습니다. 티비를 켜면 날이 갈수록 대한민국의 독서율이 저조해지고 있다고 떠드는데, 밀려드는 수 많은 인파를 보며 서점에는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광화문 광장 분수에서 뛰어놀다왔는지 유난히 옷이 젖은 아이들로 북적거렸던 어린이날도 생생하네요.

몸은 힘들었지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책을 직접 찾아주는데서 오는 성취감, 좋아하는 장소에서 머물 수 있다는 느낌,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들과 떠들썩하게 일할 수 있어 즐거운 한 때였습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그 시절에 느꼈던 뿌듯함을 뛰어넘을 만한 경험은 없었던거 같네요. 서점 체질인가.)

생각해보면, 서점만큼 위화감이 덜한 곳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약속 시간이 붕 떴을때나, 마실을 나와도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 굳이 소비를 하지 않아도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거닐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 바로 서점입니다. 혼밥혼술로 대표되는 1인 문화가 많이 생겨났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우리 마음 한 켠에는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한 일말의 낯섦(어색함)은 아직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믿고 싶네요.)

하지만 혼자 서점에 간다는건? 아무렇지도 않죠! 혼자온 사람이건, 함께 온 사람이건 위화감 없이 어울려 머물다 갈 수 있는 그곳, 서점.

적다보니 길어지는 서점 예찬은 퇴근 후에 들이킬 시원한 맥주를 기대하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즐겨찾는 아지트같은 그 곳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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