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꿈, 연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나는 그저 걷고 있었다.

그곳이 어디였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푸른 하늘과, 눈부신 평야가 있었다.

그 넓은 땅 위를 나 혼자, 그저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옆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첫인상이 낯설진 않지만, 기억 속에는 없는 그런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는 나에게 다가와서, 내 옆에서 같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시작으로, 사방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나에게로 모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는 얼굴, 익숙한 얼굴, 낯익은 얼굴 등...

그 사람들이 나에게로 모여들어 내 뒤에서 걷기 시작했다.

어느덧 평야 위에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선두에서 걷고 있었지만, 어느덧 하나 둘 내 옆을 지나 앞으로 나가 걷기 시작했다.

그들의 걸음은 남들보다 빨랐고, 거침이 없었다.

마냥 지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나와 달리, 그들은 마치 어딘가를 이미 보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걷다보니 난 피로감에 지쳐 자리에 주저앉아버렸고, 앉아있는 내 시야에는 내 옆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뒷모습만이 들어왔다.

그렇게 내 뒤에있던 모든 이들이 전부 내 앞으로 지나가고, 그들의 모습이 점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 쯤 다시 일어나 걸으려 했으나... 어째선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바닥에 다리가 달라붙은 듯, 아니 그보단 뭔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움직이지 못한 채 멍하니 앞만 보고 있었고,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몸을 돌려 뒤를 보니, 손의 주인은 다름아닌 부모님이셨다.

취직한 후 회사 근처에 자취하게 되면서 따로 떨어지게 된 부모님의 얼굴. 그러나, 어째선지 모르게 울고 계셨다.

'엄마, 아빠? 왜...'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미처 몰랐지만, 목에 무언가 걸려있는 느낌이 들었다.

울고 계시던 부모님조차 내 앞으로 걸어가셨고, 나는 부모님만큼은 어떻게든 잡아보려했으나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 탓에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그렇게,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꿈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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