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1일차.

산티아고 순례길 1일차
생장 -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28km

순례길 첫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 사놓은 과일과 빵 쥬스로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고서는 아침 6시30분경 알베르게를 나섭니다. 출발하려는 순간 저 옆에서 해가 떠오르면서 생장 시내의 아침을 알리는것이 꼭 우리들의 순례길 시작을 알리는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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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제 이 두 발로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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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사무소에서 알려준 첫날 출발할 때 두가지 루트가 있는데 어디로 갈꺼냐고 묻길레 사람 많은곳으로 가려한다 하니까 그럼 앞으로 쭉 가면 된다더라구요. 영화 ‘나의 산티아고길’ 에서는 첫 출발을 아주 가파른 산으로 잡게 되는데 알려준 루트는 좀 더 대로변으로 걸어가도록 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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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왼쪽편 오솔길이 영화에 나온 루트인데 다음에 다시한번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저 루트로 걸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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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지도와 함께 위에 전 루트의 고도가 나타나 있는데요, 산티아고 순례길 특히 제가 걸었던 프랑스길은 첫 1주일이 가장 힘들다고 해요. 물론 익숙치 않아서 힘든것도 있지만 첫 시작부터 나오는 피레네 산맥(Pyrénées Mts.) 을 걷다보면 숨이 턱 막히기 때문이죠. 첫 출발부터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길을 시작으로 순례길이라는 환상을 말끔히 깨트려 줍니다 ㅎㅎ 그렇게 한시간여 걷다보면 오리손 산장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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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생장에서 출발할지 오리손산장부터 출발할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요 왜 굳이 첫날 6km나 걸어가서 산장에서 자고 다음날 일정을 하느냐 하면 생장부터 목적지인 론세스바예스 까지 28km 구간내에 숙고라곤 오리손산장 단 하나 뿐이기 때문입니다. 첫날부터 28km를 걷기 부담되시는 분들에겐 오리손산장에서 묵는걸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오리손산장의 경우 숙박인원이 제한돼 있으니 꼭 전화로 빈 침대가 있는지 물어보고 예약을 하시고 가야해요. 저희는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끝없는 오르막길의 향연에 사촌동생과 같이 걷게 된 일행 민성이는 말이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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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남는건 사진뿐이다! 첫날의 길을 기념하며 다같이 한장 찍고 또다시 묵묵히 걸어갑니다. 그렇게 두시간쯤 걸었던가 드디어 피레네 산맥의 끝자락에 도착했어요. 그 때 내려봤던 피레네 산맥의 경치는 그 웅장함에 감탄해서 절대 잊을수 없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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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짐을풀고 물한모금 하면서 쉬고있는데, 산 저편에서 방울소리가 딸랑딸랑 들리면서 양떼 한무더기가 지나가더라구요 ㅎㅎ 끝없이 펼쳐진 고지대 초원에서 방목하는 양떼와 어릴적 동화책에서나 보던 양치기와 양몰이 개까지 정말 산산히 부서졌던 순례길의 환상퍼즐이 하나씩 채워져 가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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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피레네 산맥 정상에서의 광경이야말로 속이 벙 뚫린단 말이 어울릴것 같더라구요. 좋은건 좋은거지만 우리의 첫날 목적지는 그 정상이 아니라 론세스바예스니까 다시 배낭을 짊어메고 출발했어요. 잠시 가다보니 첫 표지석이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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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목적지까지 765km 남았다네요... 이때는 저게 얼마나 먼 거린지 짐작하지 못한채 론세스바예스로 쭉쭉 걸어가다보니 드디어 시끌벅적하기 시작했고 눈앞에 론세스바예스 옛 수도원이자 현 알베르게가 눈앞에 나타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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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수도원으로 이용되다가 순례자들을 위해 공립 알베르게로 바뀐이후 리모델링을 해서 프랑스길 내의 수많은 공립알베르게 중 최고에 속한다고 해요. 알베르게를 가기 전 왼쪽편에 호텔이 있는데, 영화에서도 나왔던 곳이라 영화를 본 후 촬영지들을 볼때마다 나도모르게 반가운 것이 그 나름의 재미도 있었던것 같아요.
아 그리고 숙소 내부 사진은 이것밖에 없네요.. 각 층마다 칸막이로 쳐져서 4인1칸의 공간에 배정이 되는데 칸막이의 윗부분은 보시는대로 뚫려있기에 밤엔 모두의 코골이향연에 잠을 설칠수도 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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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봐도 시설이 정말 깨끗해 보이죠?? 짐정리를 하고 샤워를 한 후 맥주한잔 하러 BAR(까페같은개념) 에 나왔는데, 제 침대 밑에 배정받은 아저씨가 계셨어요. 그런데 이 아저씨가 쓰고계신 모자가 얼마나 귀엽던지... 프랑스 아저씨로 미셸 이라는 분인데 모자에 스머프인형이 7개 있더라구요! 너무 귀여워서 같이 사진하나 찍고 이야기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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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순례길이 이번으로 8번째고 한번 완주할때마다 스머프 한개씩 늘렸다고 하시네요 ㅋㅋ 그 발상도 귀여우시지만 7번의 완주에 경의를 표합니다.

자 이렇게 하루가 끝나고 휴식을 취하다가 너무나 피곤했던 터라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잠들었어요. 첫날이라 그런지 다사다난 했기에 글이 좀 길어진것 같은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그럼 2일차에서 봬요!

PS. 순례길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제가 썼던 가계부를 매 글 마지막에 적을까 해요. 총 경비가 얼마나 드는지 숙소비는 어떤지 물가는 어떤지 계획단계에서 참 궁금했거든요 ㅎㅎ

1인기준
오리손산장 커피,빵 3유로
프랑스국경 마지막 쎄요(도장)받을수 있는 간이까페에서 콜라,계란 3유로
알베르게(아침저녁신청) 27유로
맥주 3.5유로

총합 36.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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