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냈다.

회사를 그만 두기로 결심했다.

2월 15일 _ IBK기업은행 을지로 본점 _ 마지막 출근

회사에서 나는 받은 일을 실행하고 하루를 살고 일주일을 살고 한달을 살고 규칙적으로 살기만 하면 크게 모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20년의 나는 계속 이 회사에서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강하지만 함부로 실행하지 못한다. 이미 40이 넘은 나에게 기회는 많지 않았다.

어릴 때는 대학가면 새로운 길이 열릴 줄 알았다. 졸업 할 때는 대기업에 가면 성공하는 줄 알았다.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한 나는 실패자 같았다. 나름 회사 생활을 하다보니 대기업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조금 더 큰 일을 할 줄 알았다. (좋고 나쁨을 떠나) 그러나 나의 맡은 바를 열심히 수행하면 되었다. 일일보고와 주간보고와 월간보고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잘 포장 하면 1년이 흘렀다. 임원분들에게 레퍼런스를 안길 수 있는 일을 찾으면 그것으로 칭찬을 받는다. 주위에 있을꺼다. 술 잘 먹어서, 노래를 잘해서, 부서 야유회 프로그램을 잘 짜와서, 매일 저녁 팀장과 함께 저녁을 먹어주어서, 아침마다 임원과 조식을 함께해서.

2년, 3년이 흐르면 그 임원은 다른 곳으로 간다. 새로운 분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모든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보고해야 한다. 그러면 조용히 묻는다.

뭐 또 새로운거 없어? (해석 : 내가 앞으로 승진 및 영전해야 하는데 그것에 걸맞는, 자랑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만들어 오거라)

이렇게 팀원들을 열심히 채찍질해서 결과물이 나오게 안달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팀원 중 한명은 그런다.

저런거 할 시간에 윗 사람들에게 정치나 좀 하지 (해석 : 늦은 저녁시간까지 우리를 닥달할 시간에 자리 보전 할 수 있는 사람들 만나고 술먹고, 밥먹고 좀 하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조직을 위하고 부하직원을 위하고 모두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 의사결정권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 있을 것이다.

이제 인간의 평균 수명은 100세라고 한다. 앞으로 반이나 더 남은 미래 인생에 모험을 걸기로 했다. 쉼표 하나는 찍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지난 20여년 직장생활 중 가장 긴 시간 휴식기를 갖기로 한다. 이번에는 이직이 아닌 독립이라 (새로운 직장이 아닌 새로운 직업을 위한 새출발을 하기로 했다.) 소속감은 있지만 자유로운, 자유도는 높지만 성취는 보장되지 못한 길을 가기로 했다. 한국푸드테크협회가 생기기기로 했다. 그 협회의 사무총장일을 하기로 했다. 대기업에서 기본적은 보장 받는 여러 혜택들은 뒤로 해야 한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컸다. 이런 결정을 한 후에 보내는 여행은 무언가 특별해야 하지 않을까? 한동안 어떤 여정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어디로 가지?
누구와 가지?

유럽? 미국? 일단 멀리 있는 여행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어려 장거리 비행은 안되고, 이 흔치 않은 기회에 가족과 함께 동남아 휴양지를 가는 것은 너무 아까웠다. 과감히 혼자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하루 이틀 고민 끝에 아내에게 이야기 했다.

나 혼자 여행갈래.

모든 유부남들이 예상 했듯이 아내의 반발은 거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위한, 직장은퇴를 위한, 나만의 여행을 가고 싶었다. 게다가 아내도 직장인이다. 서로의 스케줄을 맞출 수가 없다. 결국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는 기안을 아내에게 보고하여 어렵사리 아내의 결제를 받을 수 있었다.

막상 혼자서 여행을 간다고 하니 막막했다. 유럽이나 미국은 뭔가 혼자 여행하는 곳의 목적지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특색있는, 흔하지 않는,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을 찾아 보았다. 혼자 여행에 어울리며 자기다움을 만들고 독립하는 마음을 다스리고 다잡는 그런 곳이었으면 했다.

몃진 풍광을 자랑하는 거대하며 심지어 압도적이기까지한 자연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고풍스런 유럽의 거리를 마음 껏 누벼보는 것도 허영심을 채우는데 좋을 것 같았다. 아니면 섬에 장기 체류하는 것도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여 마음의 정리를 하는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혼자하는 여행의 목적지를 결정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역시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고 목적지는 엉뚱했다.

파나마

익숙하지 않아 색다른 곳,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가 보고 싶었다. 동양인이 없고 심지어 말도 잘 안 통해 낯설지만 내가 말을 걸 수 밖에 없는, 내가 온전히 타인의 일상속으로 들어가 짧게나마 그들의 삶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았다.
파나마는 그런 곳이었다. 한국에서 30시간 넘게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곳, 미지의 캐리비안 바다와 드넓은 태평양 바다가 마주하고 있는 곳.

내 나이 또래에 여행 좀 좋아 한다는 사람들은 웬만한 곳은 다 가봤다는 친구들이 있다. 요즘 뜨는 여행지라고 해서 가보고, 모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모여서 가본 곳이라 가봤고, 우리나라에서 큰 항공사 광고의 ‘미국 어디까지 가 봤니?’라는 곳들도 따라서 가보기도 하고 해외 출장이 많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은 해외 출장으로 이곳 저곳을 본의 아니게 다니기도 한다. 무언가 특별하고 새로운 여행지를 찾고 있는 그들을 위해 파나마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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