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SIK / ⟪천수경⟫ 이야기 #6 "찬탄, 찬불, 찬송"

"노는 입에 염불"(노는 파워 보팅?)

이란 말은 제법 유명했던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염불念佛이라고 쓰는 불경을 외는 행위는 찬불讚佛이라고 불렸다. 讚은 영어 chanting찬팅 이나 노래를 의미하는 프랑스의 chanson샹송, 이탈리아의 canzone깐초네와도 같은 어원이다. 그러나 서양의 언어가 먼저인지, 한잣말이 먼저인지 확실치는 않다.


오래전 ‘노래’란 사람들이 느끼는 애증의 감정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자연, 혹은 그 생산물을 '예찬'하는 것이었고, 자연이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그것의 의인화, 신격화 된것이 그 대상이었다.


철학자 니체가 노래한 ⟪디오니소스찬가⟫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두 인물은 그가 전혀 다른 의미로 그려내긴 했지만 적어도 소재에 있어서 디오니소스는 와인이고, 짜라투스트라는 불을 의미한다. 인도에서 -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도 - 가장 오래된 문헌 중 하나인 ⟪리그베다⟫란 책은 온통 신들에 대한 찬가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인드라는 천둥번개를 의미하고, 와루나는 새벽을 의미하며, 아그니신는 불을 의미한다.


어떤 신에 대해 노래한다는 것은 동시에 자연에 대한 예찬이며 '예찬'이란 말과 같이 칭찬일색이다. 좋기만 했겠는가.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망쳐버리고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 자연현상들이! 그러니 더더욱 알 수 없는 그들에게 우리의 조상들은 잘 보여야 했고, 아양을 부릴수 밖에 없었으리라.


이 장르가 현대에서는 ‘종교음악’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종교음악은 수많은 다른 것을 연결시키는 상징체계를 오랜시간 구축해 왔으며, 오늘날 우리가 인생을 강물에 비유하고, 부질없음을 물거품에, 자유로움을 구름과 바람에 비유할 수 있는 아주 똑똑하고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원조이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약 1세기 무렵, 부처님에 대한 찬가들이 만들어진다. 2,000년 전이니 ‘불교의 종교화’는 생각보다 그 역사가 깊다. 불교에서찬가란 부처님의 공덕을 우리가 배워서 따라하기를 목표로 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 보다는 부처님의 공덕을 읽으면서도 복을 받거나 '내 자신의 높은 완성'을 기대한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찬탄을 보자.

刹塵心念可數知
大海中水可飮盡
虛空可量風可計
無能眞設佛功德
먼지같이 많은 [사람의] 생각을 다 알 수 있고
큰 바다의 물을 다 마실 수 있으며
허공을 헤아릴 수 있고, 바람을 붙잡아 묶을 수 있어도
부처님의 공덕은 다 말하기 어렵네


주로 한문으로는 찬이나 탄 탄이라고 쓰는데, 탄은 일반적인 말이 아니라 감정과 특정한 음률이 들어간 소리를 의미한다. 이는 다양하게 발전되어 의례에서 7언절구나 5언절구로 된 대부분의 구절을 '탄백歎白'이라고 한다.

一灑東方潔道場
二灑南方得淸凉
三灑西方俱淨土
四灑北方永安康

첫번째 동쪽에 물뿌려 도량이 깨끗해지고
두번째 남쪽에 물 뿌려 열반을 얻고
세번째 서쪽에 물 뿌려 정토를 갖추고
네번째 북쪽에 물 뿌려 항상 안락하고 강건하네


‘사방찬’이란 라고 쓰는데, 꼭 사방 이라기보다는 내 주변의 환경을 깨끗하게 청소함으로 여러가지 가치를 얻는다고 생각한 것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행의 장소, 그리고 수행을 통해 얻는 열반, 그리고 정토그 곳에서의 편안함을 노래했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간혹 편안함을 나태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사실 이것은 큰 오해이다. 불교는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얻는 것이 큰 목적중에 하나이다.


혹자는 그러나 마치 스스로 고행을 하고 약간은 불편한 상태에 있어야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존적 고통이 살아있는 인간의 숙명이며, 그 속에서 오히려 편함을 얻으려는 태도는 사실 도피에 가깝다. 마치 걱정을 통해서 마치 자신이 걱정하는 대상에 대한 실질적인 무엇인가를 하는 것처럼. 그것은 생존을 위해 활동만이 살 길이었고, 무지할 때 몸을 괴롭히는 고행말고는 딱히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 마음과 육신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순수한 마음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부정적인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고행'이 중요한 것이었다니!


심신이 편하다는 것이 곧바로 과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수행의 목표는 자유롭고 심신의 편안함을 얻는 것이다. 수행하지 않고도 마음이 편한 사람은 다시 그걸 얻기 위해 수행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의심이 간다면, 혹시 역으로 수행이란 관념과 의무에 마음이 묶여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것을 권장드린다. 편안 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누군가를 편하게 하겠는가.


사막에 가보지 않은 이가 사막에 가 본이를 이긴다 하더라도 아마 그는 사막에 대한 그 복합적 감정은 모를 것이다. 중생과 함께 한다는 것은 지옥에서 함께 고통받는것이 아니다. 지옥에서 극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극락에서의 마음을 경험하지 않고 어떻게 극락을 만들겠는가.


그리고 다시 후속 탄백이 이어진 다. ‘도량찬’이다.

道場淸淨無瑕穢
三寶天龍降此地
我今持誦妙眞言
願賜慈悲密加護
도량이 [이미] 깨끗해져서 더러움이 전혀 없으니
삼보와 하늘 사람, 신들은 이 땅에 오시길
내가 이제 묘한 진언을 읽으니
원컨데 자비를 베풀어서 지켜 주소서


여기서 말하는 '묘한 진언'은 ‘대비주’와 ‘준제주’이다.

‘나는 이미 앞에서 사방을 깨끗이 하여 모든 것을 준비했으니 이제 당신들이 당신들의 일을 하시오’

대충 이런 의미라고 보면 되겠다.

觀世音菩薩本心微妙六字大明 王眞言
옴마니반메훔
관세음보살의 여섯글자로 된 대명왕의 진언 '옴마니반메훔'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매우 익숙 할 것이다. 글자가 여섯개니 6자진언인데, 대명왕이니 이런 말은 매우 밀교의 색채가 깊은 말이다. 물론 이 진언도 그렇다. 아니 진언이란 장르 자체가 그렇다. 아마 밀교의 표현이나 상징들을 보면 보통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인도의 불교가 이후 발전하면서 엄청나게 선정적인 모습을 한 종교적 상징들이 불교에 들어와서 혼합되었기 때문에 상징이라고 보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과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옴마니반메훔이란 말도 그런 말이다.


별로 궁금하지 않을테니 넘어가기로 하고, 옴마니반베훔에서 옴은 우주의 소리로 모든 산스끄리뜨의 모음을 동시에 소리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진언의 맨 앞에 많이 들어간다. 훔은 산스끄리뜨 자음의 맨 마지막 글자에 모음 마지막 글자를 합해서 소리로 표현되는 인도의 종교적인 상징인데 불교가 차용한 것이다. 그래서 진언의 앞뒤에 옴과 훔이 대개 많이 들어간다. 마니maṇi는 보석 혹은 구슬이란 의미다. 반메는 빠드메padme, 연꽃이다. 그러니까

“연꽃 속의 보석이여”

뭐 이런 뜻이다. 그 의미는 역시 매우 밀교적이나 그보단 그냥 저 정도의 뜻글자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겠다. 소중한 진리를 의미하기도 하고, 다양한 밀교적 해석이 가능한 진언이다. 어떻게 이렇게 유명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히 발음하면,

oṃ mani padme hūṃ
옴마니빠드메훔


우리는 지금 시대에 그래도 신비한 현상 뒤에 있는 많은 현상적 진실들을 알고 있으니 어쩌면 사는게 좀 덜 힘들수도 있겠다. 옛날 사람들은 그 저 ‘맨입에 염불’이라고 그거라도 해야 이 도대체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는 지긋지긋한 삶을 마치고 죽은 뒤를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내가 어딘가 좋은 곳에 태어나는게 아니라 이 땅이 그대로 극락이 되기를 기대하던 이들도 있었다.


이 땅이 극락이 되려면 먼저 이 땅에 사는 이들이 극락시민으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일부러 고통속에 살고 싶은 것이 극락이라고! 수동적인 고통은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자유롭고, 편안함을 느껴야 인생이다. 고행따위는 자학이고 가학일 뿐이다. 그래서 모든 이들이 어렵지만 부족하고 힘든 이 상황에서도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느긋하고 편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리하여 나 스스로를 가학하지 않고, 타인들에게 고통을 강요하지 않고, 나를 포함한 만인에게 내 태도가 따뜻할 수 있다면 그냥 그게 극락이다.

남들을 내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방식으로 고쳐주겠다는 지독한 오만은 버리고.

그러니까 그렇게 살아야 한다. 입으로 염불을 왼다고 극락이 될 것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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