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SIK / "저… 차 한잔 하실래요?" #005 - 오룡? 울롱? 익힘과 생것의 그 사이

또 하나의 비유가 있는데, 물 속에 들어 있는 구슬이야기이다. 물 속에 투명한 구 슬이있다고하자.그구슬은아마물이조금이라도탁하면잘보이지않을것이 다. 물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관觀, 혹은 혜慧, vipassana이다. 그렇다면 물 은 맑은데 물결이 요동치고 있으면 어떨까. 역시 구슬이 잘 보이지 않거나 굴절되 어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정定, 혹은 지止, samatha라는 것이다.

지난 호에서 지혜의 번역어가 산스끄리뜨로 ‘위빳사나’인가란 질문을 받았는데,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혜라는 용어는 산스끄리뜨로는 쁘라즈냐prajña, 빨리어로는 빤냐pañña이다. 위빳사나가 지혜로 번역되는 것은 지止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 쓰인 것이다. ‘세 가지 배워야 할 것 - 3학學’도 계정혜戒定慧의 정定과 혜慧와는 글자는 같지만 내용은 약간 다르다.


아무튼 이렇게 차를 마시는 과정이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데 비유되었고, 또 실제로 마음의 움직임을 조절하는데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시간에 무던함과 예리함을 대비해서 이야기 했는데, 차를 마시는 절차와 시간이 무던함을 만들어 준다면, 차가 가진 독특한 향이나 성격을 관찰하는 것은 예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또 하나의 차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오늘날 차를 좀 마셔본 이들에게 물어보면 얼른 떠올리는 차는 고려시대 이후로부터 전래되어 한중일 삼국 중 최고의 향을 자랑하는 녹차綠茶와, 중국 남서부에서 유명해진 보이차普耳茶의 두가지를 떠올린다.


이들은 발효시키지 않은 차와 완전한 발효차라고 하는 대비되는 성격이 있다.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녹차는 맑고 산뜻한데 비해, 발효과정을 온전하게 거친 보이차는 진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 양극의 사이에 있는 것이 반발효라고 불리는 차들인데 그 가운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오룡烏龍 혹은 철관음鐵觀音이다.

중국식 발음으로는 각각 울롱, 티에관인이다. 산뜻한 과일향이 진하게 우러 나오는 것이 특징으로 과일향이 진할 수록 그 가치가 높다. 흔히 철관음과 울롱을 다른 차로 구분하는 이들도 있는데, 철관음은 울롱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그렇게 구분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울롱차가 나는 곳은 중국 복건성福建省, 광동廣東, 대만臺灣의 세 곳이고, 철관음은 복건성에서 나는 대표적인 오룡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차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이 ⟪불식⟫ 7월호인데 그 때 처음으로 차의 종류를 소개하면서 차는 색깔로 크게 분류한다고 설명했는데 기억하고 있는 독자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말에서 대개 ‘푸르다’와 ‘파랗다’는 원래는 ‘청색-남색’을 의미한다. ‘쪽빛’이라고도 하는 이 색깔은 한 때 ‘곤색’이란 일본말로도 표현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쓰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말은 뭐랄까, 맑은 하늘의 색깔이나 이른봄 새싹의 색을 표현하는 것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하늘색, 파란색, 녹색을 두리뭉실하게 관습적으로 쓰는 말이다.

그래서 ‘녹綠차’와 ‘청靑차’는 green과 blue로 전혀 다른 색이지만 들었을 때 차에 있어서도 언뜻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녹차는 분명 맑은 녹색 나뭇잎색이 우러나지만, 청자는 파란색이 나지는 않는다. 이는 아마도 우리말에서도 그렇듯, 나뭇잎 이나 하늘빛의 싱그러움을 의미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차는 아무리 생차生茶다, 녹차다 하더라도 나뭇잎을 그냥 따서 우려 마실 수는 없다. 이를 우려내고, 또 보관하기 위해서는 건조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이나 방법, 횟수에 따라 차의 맛과 종류가 크게 달라진다. 마치 생무를 물에 넣고 국을 끓였을 때와 말려서 무말랭이를 만들었을 때의 무맛이 같은 재료라고 생각하기 어려울만큼 달라지는 것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도 증기로 내린 에스프레소만을 고집하는 이가 있고 물을 떨어뜨려 우려낸 드립방식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이는 공정을 거쳐 만든 인스턴트 알갱이를 설탕과 크림을 넣고 녹여서 달콤하게 마시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그 말리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살청殺靑인데 살청도 증기, 열기, 햇빛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살청이라니, ‘푸름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이름은 좀 살벌(?)한데, 찻잎이 자연적으로 발효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래서 그 건조한 찻잎을 뜨거운 물에 넣으면 바로 맑은 차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녹차의 이야기고 오룡차는 바로 이 녹차를 만드는 '살청'이란 건조방식과 홍차의 발효방식을 다 적용시킨다. 그래서 홍차가 가진 찐 득함과 녹차의 향과 푸른향을 모두 갖게 된 반발효된 차이다. 그리고 오룡차에 따라 반발효란 절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3할에서 7할까지 다양하다. 앞서 말했듯 이 차들은 모두 진한 과일향 때문에 사랑받는다.


아마 그 향의 농도만 갖고 이야기하자면 그 어떤 차보다 진할 것이다. 다만 조금 잘못 우리거나 차가 안좋을 경우, 향이 약하거나 풀냄새로 비릴 수도 있다. 뜨거운 물에 잘 우려야 하며 향을 음미하기 위하여 뚜껑이 있는 잔을 사용하여, 뚜껑에 묻은 향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보관 역시 1-2년 이하로 매우 짧다. 그 시간이 지나면 향은 날아가 버린다. 철관음의 카페인은 두통을 진정하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차에 관한 레시피 중에 두통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철관음에 로즈마리Rosenary 몇 개를 우려 함께 마시면 좋다고 한다. 마른 로즈마리는 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약 작은 잎 2-4개 정도만 넣어야 한다. 편집부가 실험해 본 결과로는 상당히 의미있는 제안이라고 여겨진다. 적어도 그 향 과맛에대해서는 ⟪불식⟫이 장담한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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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_불식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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