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아웃 커피 ‘한잔’을 풀옵션(?)으로 마시면 커피, 우유, 설탕, 컵, 그리고 그 포장들, 각각 다른 곳에서 생산된 9종의 물건이 필요하다는군요.
그걸 일일이 다 따져볼 수는 없을만큼 많을 겁니다. 단순히 컵하나, 빨대 하나가 아니죠. 여튼 각각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나한테 왔다가, 다시 서울, 대전, 대구, 부산으로 돌아가는 셈이죠. 많이 미안한 일입니다. 특히 종이/플라스틱컵과 종이로 만든 컵홀더는 참 깨끗해 보이지만 한잔의 커피를 다 마신 후에는 바로 더러운 쓰레기로 변하는 것 알고 계시죠?
종이 혹은 플라스틱컵이 ‘한 잔’의 커피를 위해 내게로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여정은 그 야말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 하나에는 생명에게 해로운 온갖 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내버려 두면 자연은 그 물건을 다시 있던 자리로 돌려놓지 못합니다.
희고 깨끗한 종이를 1톤 생산하려면 60년 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며 원래 점이 많고 누런 나무색을 빼기 위해서 엄청난 표백제와 유연제가 소비되며 그 약품들은 상당부분 강으로 흘러들어갑니다. 그리고 강은 스스로 그 물질들을 깨끗한 물로 바꾸지 못합니다.
공부하는 학삐리(?)들에게 알려진 말이 하나 있죠. “연구를 잘못해서 의미없는 글을 써대면 나무귀신이 밤에 목을 조른다”는 겁니다. 고작 그 따위 글을 쓸려고 우리의 피가 묻은 종이를 소비했냐는 말이죠. 좋은 종이는 그만큼 좋은 나무들의 피를 봐야 비로소 생산됩니다.
‘오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