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화 되고 있는 스팀이 우려된다

blockchainstudio 님께서 오늘 올려주신 글에서 "PoB의 마지막 보루"라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다 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스팀에서 PoB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는 저도 공감을 합니다.

PoB, 즉 Proof-of-Brain은 암호화폐계에서 혁명적인 실험이었습니다. 그래픽카드와 채굴기가 분배의 기준이 되는 PoW와 자본이 기준이 되는 PoS와는 달리 PoB는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Brain을 분배의 기준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정신 노동으로 대변되는 Brain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배분받는 양이 결정되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팀이 각광을 받은 이유는 PoB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좋은 글만 쓰면 소고기 사 먹을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을 끌어오는 요인이었습니다. 특히나 자본은 적지만 열정과 창의력이 넘치는 젊은층의 참여는 스팀잇의 성장을 견인하던 핵심 계층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고래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보팅풀까지 PoB는 지속적으로 도전을 받아왔고 효과적인 응전에 실패해왔습니다. 그리고 스팀의PoB는 점점 자본이 중시되는 PoS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가입의 불편함이나 UI의 부족함도 한 원인일 수 있겠지만 어려움을 뚫고 가입을 하더라도 자본이 없으면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에 마주하게 된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PoS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매우 효율적이고 빠른 프로토콜입니다(물론 Nothing at stake 문제라는 치명적인 단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토큰 이코노미 측면에서 봤을 때 PoS는 꾸준한 가치유입을 유발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다지 좋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토큰 이코노미가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비용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상 < 투입된 노력이 성립되면 토큰 이코노미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PoS의 경우에는 자본만 가지고 있으면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서 배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보상 > 투입된 노력이기에 토큰의 가치가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스팀에서 PoB를 PoS화 시키는 여러 요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 영향력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단계는 DPoS를 PoS화 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증인보상을 PoS화 시키는 LPoS 방식이 컨텐츠 보상을 PoS화 시키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현재의 스팀 토큰 이코노미 구조는 PoS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소모비용이 낮은 PoS가 건전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율이 극도로 낮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PoS 코인은 토큰만 늘리는 수단이 되다가 시가총액이 점점 감소하며 잊혀지곤 합니다. 아마 적정한 인플레이션율은 대략 1~2% 사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스팀의 인플레이션은 9%입니다.

스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하나는 PoS 요소들을 강력하게 제한하고 UI/UX 개선을 포함하여 PoB를 장려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예 컨텐츠 보상을 없앰으로써 PoB에서 PoS로 전환하고 인플레이션율을 1/10 수준으로 낮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PoB는 SMT를 통해 각 커뮤니티가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둘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면 아마 스팀은 점점 의미없는 글과 자본의 결합을 통해 보상을 받아가는 유사 PoS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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