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차트가 주식 매매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스크린샷 2018-04-13 오후 5.23.25.png

저는 처음에 주식을 차트로 접했습니다.
아마 저와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의 99%는 주식을 처음 공부할 때 차트로 많이 배우실 겁니다. 빨간색과 파란색 봉들이 이동평균선과 만나는 점을 삼각자로 줄 그어가면서 데드와 골든크로스의 향연을 지켜보는 것이 한때 제 일과였었죠.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가만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참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당시에는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도 모르고 주식을 매매했었습니다. 시가총액의 개념부터 해서 PER과 같은 벨류에이션도 당연히 제 매수 조건에는 없었던 개념입니다. 차트에 관련된 책들도 거의 섭렵하다시피 했는데 딱 차트를 보면 종로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도사님처럼 짚어냈습니다. 누가 어떤 종목에서 고민 하고 있을 때 제가 조언해줬던 당시 기억을 회상해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딱 보아하니 며칠 전에 거래량이 터졌고 5, 20, 60일선이 서로 꼬이면서 위쪽으로 고개를 든 모습을 보니 이제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 같습니다. 대략 목표가는 이쯤에서 잡으시면 되고 60일선 이하로 주가 빠지는 경우에는 바로 던지세요”

정말 도사님이 따로 없없습니다.
모든 주식은 내 손아귀에 있었고 자신감이 붙어가던 어느 날 어린 나이에 나름 큰돈인 100만 원을 가지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었었죠. 뭐 사실 정확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저는 스캘퍼였습니다. 분봉에 틱 차트까지 째려보며 매수하고는 1분 봉이 고개를 드는 것만을 두 손 모아 기다렸던 경험을 하며 아 이것인 진정한 주식투자라고 자신의 신념을 하루하루 강화해나갔으니까요.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이상한’ 주식의 멋진 차트 흐름을 보고 투자를 했는데 굉장히 이례적으로 오버나잇을 했죠. 그런데 다음 날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점 하한가 공격을 당합니다. 다행히도 당시에는 상하한가가 지금의 30%가 아닌 15%였을 때였지만 어린 마음에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장 시작도 전에 하한가로 진입한 이유가 너무 궁금하더군요. 정말 처음으로 이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사장이 횡령을 했다는 뉴스가 몇 줄 보이더군요.

혹시나 점 하한가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예시를 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스크린샷 2018-04-13 오후 2.03.07.png

위의 현재가창을 보시게 되면 299원에 약 1418만주가 걸려있는 것을 보실 수 있으십니다. 이는 즉 299원에 내 주식을 팔 테니 사가라는 뜻으로, 저 주식을 사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하한가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제가 이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매도가 불가능합니다. 하한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99원에 팔고 싶은 주식을 걸어놓을 수밖에 없으며,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매도할 수가 없게 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점하한가'는 아주 강력한 악재의 출현으로 주식의 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가운데 매수자가 없는 경우 장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에서 시작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항상 눈으로만 보면서 넘겼던 ‘횡령’이라는 두 단어가 제 뇌를 짓이겼습니다. 사실 첫날 점 하한가 맞을 때만 해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을뿐더러 해소될 수 있을 것이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감사하게도 제게 초심자의 행운을 면해주기 위해 더 큰 시련을 주더군요. 그 점 하한가 행렬은 연속 5일이 돼서야 끝났습니다. 정말 뼛속이 시릴 정도로 참담했고 제 자만심에 치가 떨리더군요. 그 이후에 어떻게 됐냐고요? 당연히 주식을 그만두었습니다. 한동안 안 보게 되더라고요. 손해 본 몇 십만원도 당시 제게는 큰돈이었지만,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 후에 오기가 생겨 주식과 관련된 책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나름 이쪽 바닥에서 뼈가 굵었던, 그리고 국적 불문하고 배울 것이 있다면 사다가 탐독을 했습니다. 조금씩 깨닫게 되더군요. 나는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투기를 한 것이라고요.

주식투자에 있어서 차트를 잘 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만, 차트의 활용범위는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것에 그쳐야지 주가 차트의 모양이 주식을 사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가장 많이 속았던 차트를 통한 투자 방법은 골든크로스 매매입니다. 일반적으로 장기 이동평균선이 단기 이동평균선을 밑에서 위로 뚫고 올라오면 매수하는 투자 방법인데요, 이 방법이 차트책에 여러가지 예시와 함께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왠지 이 필승비법만 제대로 배운다면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한동안 자로 씨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참 부질없더군요.

기업의 주가를 형성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주가를 변화시키는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기업은 하나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이고, 그 근간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즉, 주가의 움직임도 사람으로 귀속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독심술을 행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전혀 읽을수 없습니다. 많은 시간을 공유해온 가족들의 생각 조차도 읽기 힘든데 하물며 우리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기업의 오너 생각을 어떻게 읽겠습니까? 또한, 이 주식을 매수 또는 매도 하려는 사람의 마음도 알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차트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소위 ‘맥점’이라는 부분도 실제 매매에서는 생각보다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굉장히 많음을 주식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량주 위주의 투자를 하신다면 벼락부자가 되실 확률은 크지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꾸준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을 중시하는 투자자가 되시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