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무형자산의 담보 가치 인정, 벨류에이션 패러다임의 변화인가?

앞으로 작사나 작곡권, IP 등을 담보로 활용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김한표 의원이 발의한 담보부사채신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8월부터 회사의 신용 보강을 위한 담보 종류가 획기적으로 증가합니다.

지금까지는 담보의 종류는 말 그대로 '형태가 있다는' 뜻의 유형자산으로 제한되었는데, 형태가 없는 자산인 무형자산으로 담보의 종류가 확대됩니다. 정부는 저신용이나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돕기 위함이라고 밝혔는데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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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일반적으로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이나 채권증서로 담보가 한정되었었지만, 무형자산은 실로 다양합니다. 담보로 활용될 것으로 간단히 예상되는 것만 해도 매체에서 언급하고 있는 '작사/작곡권 담보회사채', '실용신안(디자인) 담보회사채', '특허권 담보회사채' 등이 있는데, 앞으로는 이 보다 더 다양해질 것입니다.

물론 여러분도 짐작하고 있으시겠지만, 이런 무형자산이 담보로 사용되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무형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형자산은 말 그대로 형태가 없기 때문에 가치 평가가 어렵습니다. 부동산은 주위 물건들과 비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가 쉽지만 무형자산은 비교 대상도 찾기 어렵습니다. 어렵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HOT의 '캔디'와 김수미의 '남행열차'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곡에 대한 권리가 더 비싸다고 할 수 있을까요? 두 곡 모두 수익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가치 평가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특허권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특허의 정확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선 미래에 그 특허가 창출할 수 있는 수익 수준을 먼저 파악하고 이를 일정 할인율로 적용해서 현재가치를 계산해야 합니다. 이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후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8월부터 시행될 것입니다*. 아마 시행되기 전에 무형자산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서 여러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 그럼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 이슈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무형자산이 담보로 인정된다는 것은 앞으로 기업들의 평가가치 무형자산의 가치가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도깨비, 화유기, 터널 등 여러 인기드라마를 제작했던 CJ E&M의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17년 6월말 기준 재무제표를 보시면 약 1,276억 규모의 무형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시행된다면 스튜디오드래곤은 제작했던 드라마의 판매권 등을 담보로 잡고 돈을 차입해 더 멋진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단순하게 무형자산으로 분리되 정액 상각에 의해 무형자산 상각비를 떨어내기만 했던 골칫덩어리 자산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으로 탈바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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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튜디오드래곤 홈페이지, 도깨비와 푸른바다의 전설>

기업 벨류에이션 방법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단순히 재무제표만 들여다보고 투자하는 시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철강 산업은 PBR 0.5~1배사이의 벨류에이션 밴드를 만들어놓고 1위 기업이 0.7배 받으면 2위 기업은 0.5~0.6배를 부여하면 되는,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투자법이었는데, 이젠 이런 벨류에이션 방법으로는 평가가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는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사람들의 창의적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시기에 있습니다. 주위를 잘 보세요. 유튜브에 대박 동영상 올리셔서 1년에 수억씩 벌어가시는 분들 매우 많습니다.

콘텐츠, 즉 무형자산의 가치가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콘텐츠의 위력이 날이면 날마다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콘텐츠같은 무형자산의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번 카페24의 상장 사례도 비슷합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카페24의 공모가격에서의 벨류에이션은 PSR기준으로 4배 후반이었습니다. 오늘 상장 후 보란 듯이 시가총액은 약 7,000억 중후반 수준으로 PSR 6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만 보고 이 기업을 평가하라고 했을 때 이게 과연 가능한 벨류에이션이었을까요?

관련 글: 카페24 상장 분석

앞으로 이런 기업들은 계속해서 상장될 겁니다.

우리는 좀 더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물론 한순간의 버블일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런 변화가 역사 흐름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무형자산의 가치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을 공부하실 때는, 숫자적인 접근도 중요하겠지만, 회사가 보유한 브랜드나 무형자산, 콘텐츠의 가치도 같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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