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2 발을 내딪는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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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서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느냐면 사실 그렇지 않다.
흔히 퇴사라고 하면 상사의 얼굴에 사직서를 척하고 던진다거나 다신 볼일 없다는 듯이 온갖 진상을 친다거나 뭐 그런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내가 직면한 '퇴사'라는건 좀 달랐다.

우리가 흔히 악으로 규정하곤 하는 사회 시스템이나 회사 임원들은 내 행동의 피해권이 아니다.
내가 하는 행동들의 끝에 서 있는건 동료들이다. 그들이 착하건 나쁘건, 나와의 관계가 좋건 나쁘건 간에 그들은 분절되지 않은채 같이 허우적 거리고 있는 하나의 덩어리 였다.
그러니, 가장 먼저 걱정으로 다가온 것은 어처구니 없게도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당연히 이 기저에는 내 고질병인 착한아이컴플렉스가 숨어있다.
쉽게 말해 내겐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욜로니 왓에버니 마음을 먹었다 해도 평생 정해진 궤도위에서 살아온 내가 아무런 준비없이 필드에 떨어지는데 걱정이 없을리 만무하다.
퇴사의 이유가 적성이니, 이번 퇴사는 이 바닥을 뜨겠다는 각오이고
내 경력과 학위를 모두 제로베이스로 돌리겠다는 의미다.

1년이야 정말 원없이 행복하게 할 수 있을거다. 마음껏 향유하고 굴러다니겠지.
그런데 만약 그 1년이 지날 때까지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결심을 하고 번지점프대 위에 올라섰다 해도 발을 내딪는건 쉽지 않은 법이다.
그 위에 서고 나서야 그 아래의 까마득함이 보이기 시작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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