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kyDay | 나이가 들수록 모험을 덜 하게 된다고들 한다

오랜만에 일상 얘기.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닫혀 있었던 교내식당이 최근에 다시 문을 열었다. 우리 모두 돌아온 교내식당을 열렬히 반겼고, 이번주엔 점심을 좀더 열심히 먹었던 것 같다.(ㅋㅋ)

한 주의 마지막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이 날은 선택지가 2개 뿐이었다. 하나는 (1)피자, 다른 하나는 (2)생전 처음 보는 메뉴였다. 친구가 내 바로 전 차례였는데, 피자를 먹으려다 (2)로 바꾸는 걸 보니 뭔지는 모르지만 먹을 만한 것 같다 싶어 메뉴명을 확인 안 하고 나도 (2)로 달라고 했다.
그러자 내 다음 차례에 선 친구가 "...진짜?"라 물어 오니 뭔가 이상할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다른 일에서도 그렇듯 음식에 관해서도 나는 새로운 걸 보게 되면 일단 한번 먹어 보고 판단하자 주의이니. 결과가 망해도 내 선택에 크게 후회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종류의 후회를 하려면 시작부터 안 하는 게 맞다.

아무튼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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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의 저 둥그런 고기.
(참고로 저런 고기 메뉴는 원래 일인당 한 덩이씩이고 저렇게 많이 주는 게 프랑스의 일반 사항은 아님을 밝히며 잠재적 오해는 방지하겠다. 그냥 내가 보통 고기를 3, 4덩이씩 받아서 접시가 수북한 편. 내가 더 달라고 하는 건 아니고 사실 난 식당 아자씨들한테 인기가 좀 많다🥰ㅋㅋ)

저 고기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깐 더 이상하게 생겼다. 조심스럽게 한 조각 잘라 입에 넣었는데.

!!
요리왕 비룡으로 빙의해 맛을 묘사해 보자면, 여름날 훅훅 찌는 귀경길 승용차 안에서 멀미날 때와 비슷한 느낌. 아까 그 아저씨가 분명 먹을 만하다고 했는데... 먹은 게 나올 만한 맛이라니.

이 맛을 한 번 보니 나이프를 다시 들기가 겁이 났다. 아니 다시 쳐다도 보기 싫었는데 안 보려고 해도 흰자로 자꾸 보임 😂
좀아까 내게 진짜 먹을 거냐고 물어본 친구에게 이게 무슨 음식이냐고 그제야 이름을 물어봤다. 송아지 머리(tête de veau) 란다.

나의 모험심 마나가 훅 닳은 날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마나가 회복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데 걱정이 되었다.


(뒷얘기)
아까 내 앞에 서서 이 음식을 받으며 내 선택에 영향을 줬던 그 친구에게 물어 보니, 자기도 이제 뭔지 몰랐다고 한다. 궁금증에 한번 먹어보려던 거라고.

식판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 보니, 나와 그 친구의 접시에만 음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날 오후에는 배가 많이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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