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6 13살의 나에게

오늘은 꼭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몇번을 쓰고 지우다보니
두개의 메모장 파일만 남았다.

첫번째 글을 쓰다가는
이것은 너무 남의 인생을 쓰는 것 같아서,

두번째 글을 쓰다가는
이것은 너무 내 얘기만 하는 것 같아서,

뭔가 복잡한 관계가 얽힌 일이라
결국엔 글을 마무리 짓기를 포기했다.
때로는 마무리 짓지 못하는 편이,
이곳에 저장시키지 않는 편이
나은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내가 마음 먹은 일에 대해
몇몇 친구들에게 털어놓았다.

그들은 응원해주고, 칭찬해주었다.
그렇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응원과 칭찬이었다.

힘든 시간 잘 견뎌내었다고,
나보다 더 아픈 이들 곁에 잘 머물러 주었다고,
먼저 잘 용기내었다고, 기특하다고,
29살 어른의 몸에 있는 13살 어린이에게는
그런 칭찬이 필요했다.

결심만 했을 뿐 아직 벌어진 일도 아닌데,
생각하는 것만으로 눈물이 났다.
무척이나 이상하고 어색했지만,
동시에 기쁘고도 감사했다.

믿음은 선물이라는 것처럼,
사랑도 주어지는 것이고,
용기 또한 그렇다.
모든게 선물처럼, 댓가없이 주어진다.

나 스스로 용기낸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그 용기가 충만해질 때가 있다.
충동적인 치기와는 달리,
이제는 그래야할 때라는 듯 차오르는.

이 용기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안다.
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사랑하는 마음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알고 있다.
내가 사랑을 배우지 못했다면,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했을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나로 충분하게 존재했다면 몰랐을 기쁨과 감사다.

우리가 이제는 행복했으면 했다.
우리가 상처가 두려워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했다.
아픈 사람들끼리 모여사는 우리가, 우리 가족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의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항상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함께하고 싶다 생각했다.

고생많았다, 잘 견뎠다, 잘 했다.
참 좋았다,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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