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 별 하나가 지다.

전 윤동주 시인을 좋아합니다. 그의 시를 사랑하고 그의 행적을 생각하며 가만히 눈을 감고 그것을 홀로 따라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마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럴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그의 행적들, 그의 고귀한 작품들을 한명의 열성적인 팬이자 후배로서 온 성의를 다해 불 밝혀내어 흔히 접할 수 있도록 한걸음 가까이 가져다 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연세의 별 중 하나인 마광수 교수님이십니다.


수많은 '폴리페서'들이 넘쳐나 자신이 제대로 낸 연구실적조차 없는, 심지어는 표절까지 해가며 교수직을 이어온 이들이 TV에 나와 교수랍시고 설쳐댑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경우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이 시대의 선지자'로서 등극합니다.

'진짜'교수님들이 나오면 인기가 없습니다. 설령 인기가 있다고 해도 금방 달아올랐다가 훅 꺼지게 마련입니다. 왜겠습니까? 진짜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나면 해야할 생각이 많습니다. 우리 시대의 불편한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왜곡된 것이 너무나 많은 시대이니까, 진짜 교수님들이 나와 진짜 사실들을 알려주면 불편한 진실에 마주하는 시간이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귀찮고 싫은 것입니다. 인스타를 켜면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과시를 위해 올린 행복한 생각들만 올라와있으니까요.

그래서 진짜 교수님들은 '유명세'를 얻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 어려운 여건들 속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떨친 진짜 교수님들이 계신데 마광수 교수님이 그런 분들 중 한분이셨습니다. 그렇기에 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요.

하지만 유명하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분의 이름을 들으면 '외설' '변태' '섹스' 이런식의 아주 자극적인 단어들만 생각나실겁니다.

마광수 교수님의 작품에 대한 모독적인, 그리고 공격적인 여성계의 반발이 만들어낸 참담한 허상입니다. 그리고 그 비겁하고도 목적없는 공격들이 교수님을 직접적인 죽음은 아니더라도 일평생 따라다니며 그의 인생을 서서히 피말려간 것은 확실합니다.

마광수 교수님은 생전에 당신의 작품을, 오히려 자신이 쓴 의도보다도 더 변태적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변태적인 생각을 당신 작품에 뒤집어 씌워 공격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여성계에 대해 많은 반감과 비판을 가하셨습니다.

'여성계'라고 지칭하면 아마 기분 상함을 표현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엄청난, 사실상 대부분일지 모르는 수준으로 여성계가 마광수 교수님에 대해 프레셔를 가한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국민 상당수가 '마광수 = 음탕한 사람'으로 떠올립니다.

한번도 제대로 그의 의도, 진정성, 생각에 근접해보려는 시도도 없이 마치 여성을 희롱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 매도하고 윤동주 시인의 진가를 발휘하는데 일조한 그의 빛나는 업적마저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이 마광수 교수님을 어떻게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성'이나 '섹스'같은 단어에 아주 극히도 민감하게 반응해버리는 한국인들의 특성상 '때려죽일 음탕한 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이전에 '마녀사냥'이 대 히트를 치고 신동엽씨의 '섹드립'등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것을 보며 한국인들은 그저 억누르고 있을 뿐, 나아가 억누름을 오히려 더 더러운 곳에 풀고 있을 뿐 저런 관념들을 다루고자 하는 욕구가 없지 않은 민족이라 느꼈습니다.

사회적 편견을 깨고자 했던 이들이 오히려 더 커다란 사회적 편견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평생에 걸쳐 옭아매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를 '지성인의 탈을 쓴 음탕한 변태'로 낙인 찍었습니다. 그의 수업마저도 낮낮이 트집잡아 야설공장처럼 왜곡시켰습니다. 그리고 언론은 그의 중요한 업적은 하나도 없이 오직 여성계의 입장만 열심히 실어날라댔습니다.

지나친 규제, 지나친 사회적 편견 속에 고통받았고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신념으로 한떨기 꽃을 피워내고 가신 교수님의 삶에 이 시대에 떨어진 한명의 남성으로서, 지성인을 꿈꾸는 지식의 탐구자로서, 윤동주 시인의 팬으로서... 깊은 존경을 보내고 애도를 표합니다.

부디 새로이 만난 세상에선 자유롭게 자신의 이데아를 펼쳐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올라가게 될 그 세상에서, 펼쳐낸 이데아의 날개로 훨훨 날고계신 교수님의 모습을 보았으면 ...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