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매 맘 이야기]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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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cheongpyeongyull

2011년 4월 일호가 태어났다.
예정일이 훨씬 지나서 태어났다.
지금은 몇주가 지났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미국으로 딸래미 산후조리를 해주시러 엄마가 오셨는데 아이가 나오질 않아 한참동안 손녀는 못보시고 홈스테이를 하던 아이들을 돌봐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시기쯤 같이 임신했던 친구의 베이비 샤워도 참석했다. 그것도 출산 이틀전에... 아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의 베이비 샤원지... 친구의 베이비 샤원지 헷갈려했을지도...
한주에 한번씩 있는 검진에 드디어 의사가 마지막 콜을 했다. 이번주 동안에도 자궁문이 안열리면 유도분만을 하자고....

유도분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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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올때는 돼지고길 먹어야 잘 나온다길래 돼지고길 몇번이나 먹었는지 모른다.
일호가 나오기 전 날도 'five guys'에서 신나게 햄버거를 먹었다. 그러고 나선 집에 왔는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간호사이긴 했지만 출산은 처음이라 이게 진진통인지 가진통인지 알 수가 없어서 시간을 재고.. 재고... 또 쟀는데도 몰라서 그냥 계속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인터넷도 계속 찾아보고... 그런데도 이게 그건지.. 저건지 알 수가 없었던... 그런 진통을 계속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진통의 강도가 평소보다 조금 쎈거 같아서 신랑에게 병원에 가자고 말하고.. 담당 의사에게 전화를 하고 지정 병원으로 엄마와 신랑과 함께 갔다.

도착해서 내진을 했는데 1cm? 2cm? 정도 열렸다면서... 아픈데 그것 밖에 안열렸다니...
밤새도록 진통을 했다. 운동을 하면 좀 빨리 나올까 싶어 병동도 계속 돌아다니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아침이 되서 간호사가 이렇게 아픈걸 어떻게 참았냐고 진통제를 줄까 물었다. 그래서 주사를 맞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래도 자궁문이 얼마 열리지 않아서 의사는 오지 않고 간호사가 왔다갔다하면서 전화로 보고하는 듯 했다. 너무 안열려 유도분만제를 맞고 너무 아파하고 있는데.... 백인 아저씨가 와서 자기는 학생의사인데 괜찮냐고 물었던것 같다. 너 같으면 괜찮겠냐!! 이$%^&*(야... 라고 생각했지만 웃으며 I'm OK를 외쳐줬다.

나도... 에피 천국을 맛보고 싶다고~~~~~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백인 아저씨가 왔는데 자긴 마취과 의사인데 하반신 마취를 할꺼라고... 드디어 나도 에피 천국을 맛보는구나 했는데...
너무 아팠다. 허리를 바늘로 찌르는 게... 아... 애들 뇌수막염 검사한다고 척수검사했을때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늘로 찌르고... 마취약을 넣고 잠시후 너무 속이 메스꺼워 져 토를 했다. 그러고나선 돌아서 눕는데....
갑자기 간호사고 의사고 막 들어오더니 이리저리 분주했다. 그러곤 갑자기 날 수술실로 데리고 갔다.
너무 정신이 없었던 터라 왜 끌려 갔는진 모르나... 팔복이(일호의 태명)가 모니터에 잡히지 않았던모양이다. 수술실에 들어가 무서워서 울고 있던 나에게 내 머리맡에 앉아있던 의사 아저씨가(마취과 의사였으리라.) 손을 잡아주면서

It's gonna be OK~

라고 말해줘서 조금은 안심이 되려하던 찰나 아기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아... 넌 정말 여자애구나... 천상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그러곤 신랑이 들어왔고 팔복이를 만났다.

나중에 엄마의 페이스 북에 적혀있던 글을 보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산모의 진통은 병원도착해서 14시간 진행되고 있었다.
긴시간의 산통으로 진통제와 유도분만 까지...태아의 심장은 불규칙해지고 산모도 지쳐가고 ...걱정이 .....
양수가 나오고 의사와 간호사 6명이 출산 준비를 하는중
갑자기 태아의 심장이 멈춰버렸다.
수술실로 이동,
5분 아니10분도 안되어 제왕절개수술로 산모와 아이 모두가 건강하다고 했다.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내 생각엔 심장이 멈춰버린건 아니었을것이다. 울 엄마의 상황을 인지하시는 방법이 좀 드라마틱하신지라... 그래도 나름 급박하게 수술실에 들어가 밤새 진통한게 억울하게 10분만에 팔복이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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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쁜이?!

이 이쁜이가 팔복이, 일호다.
이때부터 일호와 나와의 싸움이 8년간 지속되어오고 있다.
서로 친해질 만도 한데... 요즘 들어 머리가 많이 커져 엄마에 대한 불만을 더욱더 표출해 낸다.
동생들을 돌보기에 바빠 일호를 많이 못 챙겨 주고 맘을 잘 못 헤아려줘서 너무 미안한 맘이 항상 있지만 일호가 말을 안 들을땐 그 미안함은 대체 어디로 사라지는건지 계속 f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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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종일 선물 타령을 하던 일호...
원하던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던 기분도 잠시...
시계를 차고 지금이 몇시 인가를 계속 알려주며, 내일 학교에 몇시에 가야하는지를 수백번 물어보는 통에 (알람을 설정하고 싶어서..)결국 그만하라고 또 소리를 버럭....
아무래도 우리의 싸움은 꽤나 오래 지속 될 것 같다.

일호야...
많이 싸우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친하게 지내보자...
이제 엄마의 호르몬도 임신에 지배를 받지 않을테니 조금은 괜찮아질거야.
사랑하고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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