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반 동안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긴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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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에 신경쓰게 되었다. 방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은 모두 고양이의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변신한다. 비닐, 택배 박스처럼 안전한 물건들도 있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건 아무래도 식탁에서 떨어진 음식물이다. 더구나 먼지 많은 곳에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구석구석 걸레질에 힘쓰고 있다.

전보다 웃을 일이 많아졌다. 우리 집 분위기가 우울하고 어두운 건 아니지만 적적할 때도 더러 있다. 그런데 고양이가 우리집에 오고나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때론 여우처럼 때론 멍청이처럼 고양이가 하는 행동들이 버라이어티 예능보다 재밌을 때가 많다. 말썽부리고 사고도 많이 쳐서 뭉치라 불리고 궁디팡팡을 당할 때도 있지만 사랑둥이 대접을 받고 있다.

지출이 늘었다. 사실 내 얘긴 아니고 얘를 데려온 내 동생 얘기다. 생후 2~3개월 내에 실시해야 하는 예방접종이 있었는데 총 3번의 예방 접종과 항체 검사를 실시하면서 비용이 꽤 많이 들었던 걸로 알고 있다. 참고로 항체 검사 비용은 6만원 정도.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수록 잔병 치레가 많기 때문에 지금보다 양육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 절대 그러면 안되지만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양육비용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반려동물이 단순히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생각없이 입양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하루 중 내 시간의 일부를 반려동물을 위해 쏟아야 하고 양육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반려동물 산업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몇년 전 지인으로부터 독일의 반려동물 산업 시장 규모가 연 70조원 정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려동물을 위한 생수도 따로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말세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아무 물이나 먹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디테일하게 느낄 수 없나보다. 이마트에서 반려동물 코너로 들어간 나 자신을 보며 결국 나도 하나의 집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지말고 입양하라는 그 문구에 공감하게 되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명을 사고 파는 행위가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내 동생은 새끼고양이를 입양했다. 지인을 통해 길고양이 출신의 어미가 낳은 새끼를 입양했다. 생명은 선물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심지어 난 반려동물에 값을 매기고 매매하는 것이 과거 노예무역을 하던 시절 아프리카 흑인들을 사고파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그러면 소와 돼지는 매매 거래를 하는데 고기는 안 먹을거냐고 반론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고양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다. 사실 지금도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면 고양이 입양을 극구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함께하는 날까지 잘 지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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