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에세이 9. 외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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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체는 튼튼한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약하다. 특히 외상에 있어서 인체는 생각보다 부서지기 쉽다. 나이가 든 노인층에서는 설거지하다가 머리를 들면서 찻잔에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뇌출혈이 생길 수 있으며 젊은 사람도 배드민턴 치다가 셔틀콕을 눈에 맞아도 안와골절이 생길 수 있다. 인체는 생각보다 약하다.

인체가 생각보다 약하다는 깨달음 (?)을 얻은 이후 나는 안전에 대해서 이전보다 각별하게 신경을 쓰게 되었다. 대표적인 습관이 차를 탈 때 안전벨트 매는 것이다. 응급실 근무 이전에는 대개 승용차 앞좌석에 앉을 때만 안전벨트를 했었다면 이제는 뒷좌석에 앉아도 안전벨트를 매고 택시를 타도 매고 심지어 버스를 타도 안전벨트를 한다. (파란색 간선버스에는 안전벨트가 없지만 빨간색 광역버스에는 안전벨트가 있다. 아마도 고속도로를 지나가서 그런 듯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오토바이라는 교통수단은 개인적으로 담배와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토바이가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즐거움 (?) 에 비해 사고가 났을 때의 피해가 너무나도 크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500원 주는데 지면 1억 내야하는 게임이 있다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게임에 응할까 ?? 나는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이와 필적할 만한 일이라고 단언한다.

오늘은 사회의 필요악, 오토바이 사고에 대해서 사례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역시나 혐오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으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빨리 스크롤을 내리거나 문자만 읽기를 권유한다.

#. 29세 남성

오토바이 운전자인 환자는 직진을 하던 중 반대 차선에서 오던 다른 오토바이가 좌회전을 하면서 부딪히는 교통사고로 우측 하지의 통증을 호소하면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아마 오토바이가 우측으로 넘어지면서 오른쪽 다리가 깔린 것으로 추정된다.

(외관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올렸는데 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는 과도한 사진 같아서 내리기로 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측 하지에 개방성 상처가 보인다. 신체검진과 사고 정황 만으로도 정강이에 골절이 있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정강이가 똑 부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골절에 개방성 상처가 동반되어 있는 것을 개방성 골절이라고 하여 응급 상황으로 간주한다. 피부에서부터 균이 들어와 뼈에 감염되어 골수염이 될 경우 예후가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방성 골절은 massive irrigation (세척) 과 주사 항생제, 그리고 응급 수술을 해야 한다.

이 환자는 이후 수술을 위해 정형외과로 입원하였다. 오토바이 사고 치고는 경미 (?) 한 편이라 참 다행이다.

#. 20세 남성

이 환자도 오토바이 운전자로 직진하던 중 좌회전하는 택시와 부딪히는 교통사고로 내원하였다. 119에 신고된 시간이 새벽 12시 30분이었으니 도로에 차도 없겠다 오토바이와 택시 모두 과속을 하지 않았을까.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외관은 처참하였다.

(외관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올렸는데 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는 과도한 사진 같아서 내리기로 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잘 안 보이지만 원본 사진에서는 다친 상처 안으로 뼈가 골절되어 피부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무릎 아래 쪽으로는 다리를 뼈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근육들이 잡고 있는 상태로 이해하면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신 외상 평가를 했더니 왼쪽 다리만 다쳤고 머리를 포함한 몸통 위로는 안 다친 것이 천만다행이다.

정강이 뿐만 아니라 대퇴골도 골절이 동반되어 있다. 인체의 뼈 중에 가장 단단한 뼈인데 이렇게 이쑤시개 부러지듯 부러질 정도였으니 사고 당시의 운동에너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추정해 볼 수 있다.

왼쪽 정강이 부분은 묘사가 필요없을 만큼 그냥 처참하다......

신체검진 상 발등에서 맥박이 촉지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강이가 저 정도로 다쳤으면 동맥도 짖이겨지면서 함께 찢어졌을 것이다. 이 젊은 환자는 빨리 수술하여 혈관을 재건하지 않으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에 정형외과에서도 새벽 2시 반부터 아침 9시까지 응급수술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수술 기록 상 하지의 주요 동맥이 다 파열되어 있어서 다른 부위에서 정맥을 끌어다 붙이기는 했지만 몇몇 부위는 잇지 못했다고 적혀 있다. 또한 조직의 부종이 심해서 피부를 닫지 못하고 열어 놓은 상태로 향후 부종이 감소하면 닫을 예정이라고 한다.

나뭇가지 부러지듯 부러져 있던 대퇴골과 정강이뼈들이 수술을 통해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하지 절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첩첩산중이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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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일단 다리를 다친 환자만 언급했지만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도 여럿 보았다.

그래서 나는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 (특히 헬맷 없이 타는 운전자들) 을 보면 마음 속으로 "미래의 장기 기증자들이 지나가는구나"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응급실에 오토바이 사고로 온 환자들이 경미하게 다친 상처로 끝나면 항상 경고를 한다.

"다음부터 오토바이 타시려면 유서 쓰고 타세요"

직업적 이유로 피치 못하게 오토바이를 타야만 한다면 무조건 안전운전에 헬맷을 착용하고 타길 권유하며 최우선적으로는 오토바이 말고 가급적 경차라도 좋으니 차를 타길 권한다. (하지만 차대차 사고에서는 경차가 일방적인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안전을 위해서는 덤프트럭을 몰아야 하는 것이려나 ?? ㅎ)

오토바이는 자동차에 비해 운전자를 보호해 줄 물리적 장치 (차체 철강 프레임 , 안전벨트, 에어백 등)가 아예 없다. 그래서 오토바이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운전자에게 엄청난 물리적 데미지를 유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대부분 10~50대의 한창 일할 수 있는 연령대라는 것이다. 이 연령대에 발생한 외상과 이로 인한 장애 후유증은 사회 전체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매번 반복되는 오토바이 사고와 그로 인해 한 사람과 가정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의 감정이 들 때가 많다.

제발 주변에 오토바이 타는 사람이 있다면 바짓가랑이를 잡고서라도 말려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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