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괴상한 동화

웃긴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하나도 웃기지 않아 슬픕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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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주다. 아름답고 우아한 공주다. 또한 코르셋을 조이는 저 시녀가 일을 제대로 못해 짜증이 몹시 올라온 공주다. 저년을 단매에 쳐 죽이고 싶지만, 참는다. 공주이기에. 아름답고 우아한 미소가 입가에 항상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에 이년을 지하 감옥에 쳐 넣어야겠다.

“마마!”

또 다른 시녀 2가 외치는 소리다.

“마마, 왕자님이 도착하셨어요!”

그래, 내 약혼자. 어딘가에 있는 나라 왕자님이 도착하셨다. 어딘가에 콕 박혀 있는 조그마한 나라지만 금광이 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나와 결혼할 자격이 있다. 나는 공주다. 아름답고 우아한. 거울을 보며 한껏 미소를 짓는다. 해맑지만 요염하다. 아, 예쁘다.

사실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아바마마는 왜 재혼을 해서는.

나는 열두 살에 난쟁이(거기다 변태)에게 끌려갔다가 겨우 구출되었고, 새 왕비의 사주를 받은 시녀가 목 뒤에 저주받은 옷핀을 꽂아서 물오리 생활을 삼 주 정도 했다. 마지막에는 좀 긴데, 마녀의 저주에 의해 오년 잠들어 있었다.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생일 파티를 하고 약혼자의 손을 잡고 우아하게 인사를 한다. 아바마마에게. 아바마마의 옆에 여전히 그 빌어먹을 여자가 있는 날에는 가위에 눌렸다. 깨지도 못하는. 아바마마가 혼자인 날에는 행복했다. 영원히 꿈에서 깨고 싶지 않을 만큼.

어느 날 눈을 뜬 것은 내 유모 덕분이었다. 나름 충격 요법을 준다고 물오리를 한 마리 내 방에 풀었던 모양이다. 과거 힘들던 시절의 기억 하나라도 떠올리면 충격으로 내가 깨어나지 않을까 했던 것 같은데 난쟁이는 변태라 안 되고 겨우 생각해낸 것이 오리였나 보다. 오리에게 콩을 먹였는데, 이것을 유모가 매일 빻았다고 한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나를 지켜보면서.

내 침대에 시트를 바꾸는 동안 그 콩이 한쪽 침대에 떨어졌던 모양이다. 꿈속에서 또 파티를 하는 와중이었다. 등이 너무 불편해 짜증이 치밀어서 눈을 번쩍 떴다. 그렇게 나는 깨어났다. 나를 깨어나게 한 콩은 금을 씌워 아바바마의 왕관에 장식품으로 넣었다. 왕국의 이름도 바꿨다. 전에는 레드 빈 마우스 왕국이었는데 지금은 소이 빈 마우스 왕국이다.

새엄마라고도 부르기 싫은 왕비는 내가 깨어나자 나를 끌어안고 울었다. 드디어 정신이 나갔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것도 모두 유모 덕이었다. 내가 잠든 사이에 내 유모가 왕비와 그 오빠의 대화 내용을 듣고는 진상을 모두파악해서 아바마마에게 언질을 준 것이었다.

아바마마는 즉시 왕비의 직책을 박탈하고 노예로 강등시켰다. 일가친척을 모두 도륙하고 왕비 하나만 살려 두었는데 정이나 사랑이 남아서는 아니었다. 7년 내에 내가 깨어나지 못하면 왕비를 서서히 죽이겠다고. 하루에 손톱을 하나씩 뽑고 후에는 이를 뽑고 후에는 눈알을 뽑고 후에는 발가락을 자르고 후에는 손가락을 자르겠다며. 그리고 더 이상 자를 것이 없을 때 화형을 시키겠다며. 죽어서도 죽는 게 아님을 보여주겠다 말씀 하셨다지. 역시 우리 아바마마!

왕비의 사주를 받아 내게 저주를 건 마녀는 일 년 후에 죽었다. 왕궁의 기사단이 마녀를 체포하려고 찾아갔을 때는 이미 거품을 물고 있었다 한다. 또 이상한 실험을 했던 것 같다.

마녀의 집에는 독이랑 사과가 가득했다. 사과들은 알 수 없는 독 때문에 삭아 있었는데 딱 하나만 멀쩡했다. 한 입 베어 문 사과였는데 한 조각이 마녀의 입 안에서 발견되었다. 그 바람에 내게 걸린 저주를 풀어줄 누군가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오년간 잘 자서 꿀과 같은 피부의 소유자가 되었다. 왕비는 하루하루 죽을 날을 세고 있었다 하고.

뭐 다 지나간 일이다. 깨어났으니 되었다. 왕비도 그냥 간단하게 죽여주었다. 단두대에서. 왕비는 죽기 직전 고문 없이 깔끔하게 죽게 해 준 나와 아바마마를 향해 절을 세 번 했다고 한다. 나름 은혜는 아는 년이다.

이제 나는 스물 둘. 결혼적령기의 공주이고, 결혼할 왕자도 있고 왕자는 부자다. 괴롭히는 계모도 없다.

똑똑.

왕자다. ‘들어오세요!’ 하고 우아하게 웃어준다. 왕자가 헤벌쭉 넋이 나간 미소를 짓는다.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손에 입을 맞춘다. 그래. 이게 나의 삶이다. 공주의.

그런데 저것은 뭐지? 왕자의 머리 한 가운데 저것. 머리에 붙박이처럼 콕 박힌 왕관 사이에 저것. 세상에. 머리가 없다! 너! 왕자 너! 대머리니? 머릿속이 하얗게 흐려진다. 세상에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겨우 만난 왕자가 대머리라니.

“어디가 불편하신지요?”

왕자가 묻는다.

“아닙니다. 오늘 무리를 조금 했나 봅니....”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흐려졌던 기억이 난다. 눈을 떴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내 방 천장의 샹들리에였다. 나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새엄마이자 전 유모, 아바마마 그리고.. 왕....자?

“아아악~”

아수라장이었다. 혼절과 발작을 거듭하다가 겨우 안정을 찾은 나는 아바마마에게 파혼을 이야기했다. 결혼식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고 이미 꽃을 제외한 모든 준비는 다 끝나 있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대머리왕자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여야 말이지! 얼마 전에 프로그 왕국의 왕자가 저주를 받아 개구리가 되었다가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 개구리 왕자도 대머리는 아니었다. 세상에. 어디서 이런 사기결혼을 추진한 것인지!

파혼 절차는 쉬웠다. 나는 공식적으로 파혼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예전부터 나를 짝사랑했던 기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눈물을 흘리며 내 손수건을 검에 묶어 주었다. 눈물을 흘릴 때도 잊지 않았다. 처연하게. 그러나 예쁘게. 대머리주제에 청혼을 함으로써 나의 명예를 더럽힌 왕자를 용서할 수 없다며 기사는 결투를 신청했다. 왕자는 죽었다.

일주일 후에 내 결혼식은 예정대로 이루어졌다. 상대가 왕자에서 기사로 바뀌었을 뿐. 한 달 후에는 왕위 계승식이 있다. 나는 여전히 아름다운 공주이고, 곧 여왕이 된다. 언제나처럼 아름답고 우아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면 나의 세계는 영원하다.

나는 공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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