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여행을 갈때,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여행을 갈것이다. 나의 이번 여행의 테마는 "편안한 휴식과 친구들과의 조우" 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나의 휴식은 모험으로 바뀌어 버렸고, 이 모험은 우연찮게도 내가 원하고 가고자 했던 길에 관한 몇개의 힌트를 주었다.
A D V E N T U R E . I N . B A L I
마지막회 - #9 Sanur - 당신이 원하는것
발리에서의 마지막 남은 몇일을 어떻게 지낼까 생각하다가, 역시나 마지막은 바다를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온 사누르. 바닷속 걷기 (Sea Walking) 를 하기위해 아침일찍 일어나 아쿠아 센터로 향했다.
바닷속걷기를 위해 아쿠아센터에서 주의사항 비디오를 관람하고 조그만 배를 타고 씨워킹 스테이션으로 갔다. 우주복에 쓰는것같은 둥근 헬멧을 씌워주었는데, 엄청나게 무거웠다. 10키로는 되는듯하다. 둥근헬멧을 쓰고 사다리를 타고 3미터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두명의 가이드가 나를 안내해준다. 바닷속 바닥을 걷는 느낌은 어떨까 상상을 많이했는데, 생각보다 중심잡기가 힘들었다. 바닷물아래의 조류가 거세서 아주 천천히 걸어야했다. 가이드 한명은 먹이주는 통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순식간에 수십마리의 오색 물고기가 몰려들었다. 물고기에게 둘러쌓여서 온몸에 물고기의 입질이 느껴졌는데, 기분이 많이 이상했다. 물고기 비늘이 내 피부와 마찰하는 느낌이 새로운 경험이었던듯 하다. 가이드의 가이드 아래 말미잘과 각종 해삼등을 만져보았다. 크기가 큰 말미잘은 흡사 벨벳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해삼은 돌처럼 딱딱했다.
공이 없었다면 분명 이렇게 코코넛으로 만들었겠지?
저렇게 사람들이 수영하고 고기잡고 누워서 쉬는데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처음에 발리에 왔을때에는 모든게 신기하고 새로와서 이런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듯이 여행과 삶은 완전히 다르다. 저 쓰래기들과 탁한 항구의 바닷물을 보고는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뉴질랜드에 오랫동안 살아서 깨끗한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신발을 신지않아도 찝찝한 느낌이 없던 뉴질랜드 였는데, 여기서는 빈 캔들이나 플라스틱등 버려진 쓰래기에 발이 베일까봐 가급적이면 신발을 신게 된다. 뉴질랜드에서 몸에 베인 습관 - 쓰래기가 생기면 집으로 가져가거나 쓰래기가 보이면 바로 줍곤 했는데, 여기서는 나만 빼고 모두들 쓰래기를 아무데나 버리고 다니는것 같다.
"이 여행의 의미는 나에게 무엇인가?"
나는 혼자 여행을 꽤 잘다니는 편이다. 20 대때 혼자가는 여행은 주로 "나 자신을 들여가보고 성장하는" 느낌이었다면, 30대의 여행은 "내가 얼만큼 성장했는지 들여다 볼수있게 해준 여행" 인것 같다.
드디어 공항으로 가는 날. 공항에 도착했는데 짐 검색이 많이 까다로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만안에 깊숙히 숨겨두었던 스프레이캔을 압수당했다 ㅠ_ㅠ 짐 부치는것으로 체크아웃하면 한캔정도는 괜찮을줄 알앗지만 어림없었다.
평소에 꾸준히 해오던 운동, 독서, 자기수련, 영어공부, 퍼블릭 스피치, 리더쉽 수련등이 겹겹이 쌓여 어려운상황을 정말 쉽게 만들어 준듯하다. 하루에 찍은 작은 점들하나가 큰 그림을 완성했는데 미처 모르고 있다가 발견한 느낌이었다. 힘든 상황에서 체력이 고갈되었으면 이렇게 재밌게 놀거나 돌아다니지 못했을것이다. 영어권 나라에 살지만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불편한 상황에서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요구를 할수 없었을 것이다. 독서를 하지않았더라면 한정된 사람만 만나서 한정된 주제로만 대화 했을 것이다. 자기수련과 스피치 스킬은 쉽게 사람들을 끌어당겨 내편으로 만들게 해주었다. 그간 겪어온 여러가지 경험들은 나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믿을수 있게 해주었다.
휴가는 휴가가 아니었다. 모험이었다. 내가 가진 가능성을 스스로 볼수있게 확장시켜준 모험이었다. 나는 이 여행에서 경험한 모든것에 감사한다.
[ Adventure in Bali ] 끝
-다음편부터 아트관련 포스팅이 다시 시작 됩니다-
[ Adventure in Bali ]
│#2 Canggu - 그래피티의 성지 창구, 그리고... 작업 의뢰를 받다 │#3 Lembongan - 거대 가오리 만타레이를 만나다 │#4 Lembongan Island - 아찔한 힌두교 페스티발에서 정신을 잃다 │#5 Lembongan & Nusa Panida - 극빈함과 낙원이 공존하는 섬, 그리고 물위에 떠있는 숲 망그루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