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은-

도쿄에 사는 친구가 잠시 한국에 왔다. 몇 달 전에 봤으니,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어제도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는 일본의 여러 부분을 좋아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지금은 한 배우를 좋아한다. 주말엔 거의 한국에 있는지부터 물어봐야할 정도로, 덕질하러 도쿄에 자주 갔다.

"나, 회사 그만두고 일본에 갈거야."
라고 친구가 선언했을 때, 나는 '잘 생각했어. 드디어 가는구나' 라고 대답했다. 일본을 하도 좋아하길래, 언젠가 갈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친구는 32살의 나이에 회사까지 그만두고 뭐하러 가냐는 말을 들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자신은 이 말을 내뱉기까지 10년이나 고민을 했는데, 재미있는건, 가족도 친구들도 모두 나와 같은 반응이었다는 거다.

친구는 그렇게 올해 초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도쿄의 한 어학원에 수강등록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취업에 성공해서, 입사하기 전 2주 정도 시간을 내어 한국에 왔다.

나는 이 친구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일본에 가서 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을 것 같지만, 사실 단 한번도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다.

이전 직장에서 내가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하나둘씩 나에게 자신도 퇴사를 하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말을 건넨 동기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마음이 나와 같은 줄 알고 진심으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었다. 퇴사한지도 어느새 4년이 지났지만 그들 중 퇴사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그 사람들 처럼 나 또한 전회사를 다니던 4년동안 퇴사하고 대학원에 가고 싶다고 종종 말을 해왔다. 공부는 도피를 하기 위한 좋은 핑계였을테지. (결국 대학원에 갔지만 한달만에 그만뒀다ㅋㅋㅋ이것만 봐도 진짜 원하는게 아니었던거다.) 정작 회사를 그만두게 된건 다른 이유였고 아무도 모르게 1달만에 퇴사절차를 진행했다. 친한 사람들에게 퇴사한다고 알렸을 땐, 날짜까지 정해진 상태였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해내게 만드느라 바빠서, 누구에게 털어놓을 시간이 없다. 단지 마무리가 된 시점에 주변에 통보할 뿐. 결국 누군가의 조언보다, 내 마음 속 확신이 있어야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햄버거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말하지만 15년째 말만 하고 있는 걸 보면, 나에겐 아직 그 정도의 간절함이나 확신은 없는 것 같다. 나에게도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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