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도 수면 위로 올라온 난민 문제

그동안 난민 이슈는 그저 중동이나 유럽, 미국 등 먼 나라의 이야기들로만 여겨졌지만 한국도 더 이상 남의 집 불 구경하듯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주도에 예멘의 내전을 피해 입국한 난민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위기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난민신청허가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을 올렸고 이 글이 20만 명을 훌쩍 돌파했다고 한다. 그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청원이 올라와 17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명을 했는데 '허위 사실과 명예훼손'을 이유로 청와대측에서 지웠다고 한다.
그리고 기사의 댓글들이나 온라인 여론을 보면 마음이 여러모로 복잡해진다. 트럼프와 브렉시트로 대변되는 미국과 영국의 반이민 정서및 자국민우선주의가 한국에서도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한국은 이전부터 (유색)인종차별과 반이슬람 정서가 팽배한 사회였는데 이게 난민 이슈와 맞물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 뿐이다.

"인종차별이 심한 한국은 특이한 사례(Outlier)입니다.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높고, 평화로우며, 단일민족인 국가가 관용도가 낮은 건 매우 의외입니다. 한국인의 1/3 이상이 다른 인종과 이웃에 살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B.R.Myers는 한국인이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국가적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풀이합니다. 최근 동남아 이민자의 유입으로 인한 사회문제, 일본과의 뿌리깊은 대치관계도 원인으로 판단됩니다. " - 링크 속 기사 인용

그렇다면 난민 수용과 범죄율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을까?
New America Economy Research Fund의 조사에 따르면 난민 수용을 많이 한 도시들은 오히려 살인 , 강간, 절도 등의 다양한 범죄율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난민을 많이 수용한 미국의 도시 10군데를 선정하고 이 도시들의 범죄율 변화를 조사한 비교적 간단한 이 연구 결과도 결국 그건 그 도시들의 이야기일 뿐 한국은 또 다른 경우라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쨌건 미국의 통계는 난민이 그렇게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물론 제주도 거주민들의 난민에 대한 방향성 없는 공포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서 등을 아예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머리로 아는 것과 체감하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까.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이 이러한 '공포감'을 조장하는지, 왜 우리는 '난민'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는지, 왜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끼는가에 초점을 맞춰야지 제주도로 몰려드는 난민이 '이기적'이고 그들이 하나같이 다 잠재적 범죄자라며 이 때가 기회다 싶어 이슬람 혐오 및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태도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난민 이슈에 대한 올바른 태도라고 볼 수 없다.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가 어떻든 어쨌든 이번 계기를 통해 난민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이에 따른 인종차별 및 이슬람혐오 문제가 함께 부각된 점, 또 난민 제도 및 심사 기준, 절차 등의 법제도와 행정적 절차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고 더 나아가 예멘 내전과 중동의 난민 이슈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공포감에 사로잡혀 혐오와 배제가 주된 정서로 자리잡는 것 같지만 덕분에 여기저기서 난민 문제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일수록 어떻게 우리 사회가 공포를 극복하고 난민을 함께 포용하며 더 성숙한 시민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난민을 수용한다고 나라가 망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난민 500명 더 수용한다고 망하는 나라라면 어디가서 '한강의 기적'이라느니 'OECD'가 어떻고 말 자체를 꺼내면 안 된다. 다만 난민수용국으로서 난민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섬세한 대비책없이 무턱대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이미 온갖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엄청난 불을 지피는 국가 차원의 대재앙이 될 터이니.

크립토커런시의 탄생 -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2008년 금융위기- 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봤을 영화 <빅 쇼트>에서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마크 바움은 금융위기 당시 경제가 망하는 광경을 보며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I have a feeling, in a few years people are going to be doing what they always do when the economy tanks. They will be blaming immigrants and poor people."
"몇 년 뒤면 사람들이 경기가 안 좋아질 때면 항상 하는 짓을 반복하게 될 거라는 기분이 들어. 이민자들과 가난한 사람을 탓할 거란 말이지."

요즘 들어 너무나도 뼈저리게 공감하는 말이다.
한국은 소득 수준과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보면 경기가 더 좋아진다고 이런 정서가 좀 나아질까는 조금 의문이긴 하지만..(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시혜적인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을 그만 두어야한다. 시혜적인 관점으로 난민을 바라보니 '가짜 난민'이라느니, 우리가 이 정도까지 해줬는데 배가 부른 소리 하는 난민들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도 구한말,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한국 전쟁, 분단 등 격동의 시기를 겪으며 때 난민을 전 세계로 보낸 국가 중 하나이다. 한국 전쟁 당시 UN은 한국 난민을 위해 United Nations Korean Reconstruction Agency라는 기구를 만들어 지원했을 정도이다. 4.3 때에도 학살을 피해 많은 제주도인들이 일본으로 탈출했다고 한다.
이제 한국이 나서서 도와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해 잘 안 알려진 사실 중 하나는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몇 안 되는 아시아 국가이자 '독자적인 난민법'을 가진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는 것이다. 한국은 난민을 수용할 의무가 있는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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