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방위)대 이야기 3] - 꼬마 절도범과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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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구방위대 안폴(@sha135)입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이 입학선물로 자전거를 사달랍니다.
자전거를 탈만큼 부쩍 커버린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린 시절 처음 자전거를 배우면서 아버지가 혹시 잡고 있던 안장을 놓아버릴까 자꾸 뒤돌아보던 추억도 떠오르네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년 5월 만났던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사무실 인근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시는 분이 신고를 했습니다. 입구 현관 안에 세워둔 자전거를 누가 훔쳤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누군지 너무 괴씸하다며 찾아만 준다면 무료로 레슨을 해 주시겠다는(물론 진짜 공짜 레슨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조건까지 내 걸며 거듭 검거를 부탁하셨습니다.

골프연습장 주변의 CCTV를 통해서 자전거를 가져가는 범인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범인은 한 눈에도 어린아이였습니다. 자기 키에 버거운 성인용 자전거에 힘겹게 올라타고는 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지더군요.

범인의 진행 방향을 따라 CCTV와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하며 추적을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 후, 한 주택가에서 더 이상 확인이 되지 않아 영상에 찍힌 사진을 가지고 주변 상가를 탐문하다 아이의 집을 아는 슈퍼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오래된 2층 주택, 흔히 문간방이라 불리는 현관 옆 작은 셋방이 우리가 찾던 절도범 아이의 집이었습니다.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인 열 살이었는데 외모가 좀 남달랐습니다.

알고 보니 아이의 엄마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외국에서 결혼이민을 왔다 아이를 낳고, 이혼을 하게 되면서 식당에서 일하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다문화 가정이었습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아이가 담벼락 옆에 숨겨 놓은 자전거도 찾았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아이에게 왜 남의 자전거를 가져왔는지를 물었습니다. 아이는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너무 타고 싶은데 혼자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엄마한테 차마 사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세워진 자전거를 발견하고는 자기도 모르게 타고 와 버렸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나이입니다.
자전거를 주인에게 돌려주고 사정을 이야기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다행히 자전거 주인도 이해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자전거 절도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함께 출동했던 직원들 표정이 썩 밝지 않습니다.
자전거가 너무 타고 싶었다던, 그리고 엄마한테 차마 사달라고 말하지 못했다던 아이의 이야기가 자꾸 맴돈 탓이지요..

우리 팀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짧고 간단한 회의를 통해 팀원들의 얼굴이 이내 밝아졌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행여 괜찮으시다면 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건 아니지만 팀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산 아이의 키에 맞는 새 자전거를 아이의 집으로 가져가 선물해 주었습니다.

친구들과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대신 앞으로 절대 다른 사람 물건을 몰래 가져오지 않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습니다.

열 살이란 나이..
아직은 부모 생각보다는 자기가 갖고 싶은걸 무조건 사달라고 떼를 쓸 나이에 엄마 걱정부터 하던 아이..

자전거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또래들처럼 어린아이의 행복한 웃음이 보였습니다.

그 날은..
작년 5월 4일..
바로 어린이날 이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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