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을 떠나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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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얼마전부터 그르렁대기 시작했다..
아내의 얘길 들으니 그간 이 녀석은 내가 집에 없던 시간마다 아내에게 더 그르렁댔던 것 같다.
집에 귀가했을때 나는 녀석의 그르렁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어제밤..
녀석의 그르렁은 도를 넘었나보다.
달래준다고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 녀석을 달래던 아내는
잠에서 깬 나와 아들의 못마땅한 행동이 더해져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다.

나와 아들은 바로 옆에서 핵폭탄이 터진다 하더라도 잠에서 깰 사람이 아니니.. 민감한 아내만 녀석의 난리로 힘들었나보다.

새벽내내 집안이 떠나가라 울부짖어댔다는 녀석은 내가 옆에서 보았던 아침내내 괜찮아보였다.

'이상하다 쌩난리였다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
'뭐 주말이니 내가 관찰해보면 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녀석의 주변에서 얼쩡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난리난리 이런 난리가 없다는 아내의 말은.. 맞았다.
11년을 같이 살았지만.. 사랑하는 내 아내의 평온한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녀석과 같이 살아갈 수는 없다.

물론 녀석은 단 하루도 가족의 손길을 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만큼 뗄레야 뗄 수 없는 정이 들었고 녀석이 아플때는 거금을 들여 아픈곳을 치료하느라 금전적으로 많은 손해도 보았다. 하지만 녀석은 몇번의 대대적인 수술후에도 원래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온 이후 맞이하였던 녀석은 지금까지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더 이상 참을수는 없다. 나는 과감하게 녀석을 대체할 다른 녀석을 데려오기로 하였다.
한시라도 녀석을 볼 수 없다면 낙심할 아들과 나를 위해..

하지만.. 녀석이 사라지면 정작 너무나도 힘들어할 사람은 바로 아내였다.
새벽내내 잠을 이루지 못한 아내에게 다른 녀석을 데리고 오자 얘기했지만.. 아마도 아내는 1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던 녀석에 대한 정으로.. 같이 나서지 못했나보다.

결국 나는 떠났고 녀석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엄습해올까 무서워 곧장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인 예쁘게 보이는 녀석을 골랐다.
그런데 바로 보내줄수 없단다.. 이것저것 검사해보고 보낸다고..
나는 점점 심하게 으르렁거리는 녀석을 달래며 기다렸다.
어제 오지 못했던 녀석은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지금 보내드리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 녀석은 잠잠하다.
아마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자신을 배반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다 지쳐 잠을 청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과 다른 녀석을 마주하게 될텐데..
또 울부짖기 시작하면 어떻게 할지..

그보다.. 잠시후 녀석의 내장을 모두 빼내야 할텐데..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내 가족을 사랑한다 장고야..
11년간 매일매일 줬다 뺐었다해서 미안하다..
다음생에는 장고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우리 다시 만나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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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늘 우리가족에게..
하얀 장고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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