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의 일상기록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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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쌀쌀해졌는데도 공기는 좋지 않았다. 대낮에 바다를 볼 때 수평선이 뚜렷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싫다...

1일 1식을 느슨하게 하고 있는데, 오늘은 저녁을 먹어서 배불러 죽겠다. 음식보다는 커피를, 그것도 아이스 라떼로 많이 마셨고...이 시간에 배부르다니, 낯선 느낌이다. 엄마도 음식을 보내셨는데, 받자마자 먹으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하시더니만 내가 한참 고민하다가 내일 먹으면 안되겠냐고 묻자 바로 "그래라"고 답하셨다. 허탈...

내가 사둔 야채도 좀 남았는데 버려야 할 것 같다. 내겐 청과의 법칙이 하나 있다. 넘칠 때는 먹고 싶지 않고, 없을 때는 땡긴다는 것. 내 냉장고와 관련된 가장 큰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샌드박스에 마지막 과제를 제출했다. 벌써 2기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다. 다음 번에는 좀 다르게 할거라는 내용을 본 것도 같은데, 왠지 바뀌기 전에 활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숟가락을 이용해서 병뚜껑을 따다가 손가락을 다쳤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힘보다는 요령이 필요하리라고 예상은 했으나, 그 요령이란 것을 우연히 발견할 때까지 실패하는 과정을 거친 것 같다. 결국 열리게 된 순간에 내가 썼던 요령이 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데, 그냥 깔끔하게 병뚜껑은 기피하기로 결정했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어쩌면 여자라는 이유로 직접 딸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 한 번도 직접 해본 적이 없다. 나중에 그냥 마냥 어린 시절을 다 보낸 후에도 혼자 살 자유를 고집할 거라면, 다소 불편한 일도 직접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정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는 동생도 있고,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분도 있는데 사소한 일들 다 해주고 가신다. 그래도 병뚜껑처럼 피하면 그만인 일은 그냥 피하려고 한다. 그거 안 먹는다고 큰일날 일은 절대 없을 거니까.

확실한 것은 혼자 산다는 것이 항상 조용히 바다 보면서 차를 마시거나, 매사를 마음대로 하는 등의 의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끔은 전구도 갈아야 되고 커튼도 달아야 되고...하여간 그런 일들을 귀찮아하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못 박는 일은 아직 할 줄 모르지만, 그럴 필요도 굳이 만들지는 않을 생각이다. 지금으로선 반드시 못을 박아야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다.

고양이를 키우는 다른 분의 말에 따르면, 드릴을 쓸 줄 알면 신세계가 열린다고 한다. 벽에 고양이용 계단/선반을 마구 설치할 수 있다는 의미겠지. 하지만 나는 큰 집도 꽉 채울만큼 가구가 많고, 내 고양이들은 모든 가구를 잘 넘나다닌다. 캣타워도 대형 하나, 중형 하나 있지만, 얘들은 그 이상으로 책장과 장식장 위에서 뛰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에겐 정글에서 놀듯이 가구를 밟고 다니는 게 일상인 것이다. 그나마 벽걸이 티비에 올라가는 유일한 애는 숀인데, 선반까지 설치해주면 더욱 살판이 나겠지. 근데 그 꼴을 또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일단은 참아봐야지. 필요는 없지만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니.

예전에 호주 친구가 알려준 시트콤을 틀어놓고 있다. 한 10년쯤 된 건데 작은 치와와가 나온다. 뭔가 삐쩍 마른 듯한 모양은 좀 안쓰러워서 선호하지 않는데, 이 치와와는 너무 귀엽다. 약간 구부정하면서 치와와치곤 통통한 느낌. 강아지 말고 누군가가 생각나는 외모인데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 시트콤은 PC주의 시대에 대해 웃을 수 있는 코드라 마음에 든다. 언젠가 TV/영화 시리즈에서 다뤄야지. 10대 아이들 풍자물을 보면, 과장이 심하면서도 10대 시절이 많이 생각난다. 스무 살 시리즈를 쓰게 된 것도 결국 10대의 한 순간 순간이 온갖 종류의 웃음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일들이지만서도, 10대 시절에 관련된 소재들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나올 소재들만큼이나 많을 것 같다. 과거지만 어떤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돌아보면서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기도 생각 중인데, 10대 시절에도 여행을 많이 했기 때문에 스무 살 시리즈의 일부로 끼워넣을지, 아니면 여행만 따로 쓸지 아직 생각중이다. 스무 살 이후의 여행에 대해서도 쓸 생각이 있으니 후자가 좀 더 유력하긴 하다. 막 열심히 음식 찍고 경치 찍고 하는 류의 여행은 해본 적이 없고, 그냥 외국에 있을 때 자연스레 돌아다닌 일이 많다. 성인이 된 후로는 뭔가 일이 있을 때만 해외에 가는 편이다. 즉 내게 여행이란 것은 그냥 일상의 연장 밖엔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 없는 여행기를 컨셉으로 할 생각이다. 사진이야 찾아보면 있겠지만 다른 인물들이 나오지 않은 것 중에선 건질 만한 것도 없고...글로 풀 수 있는 얘기들만 다루는 걸 컨셉으로 하고 싶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80년대 말의 하이틴 컬트 영화 '헤더스'도 작년엔가, 드라마로 나왔다가 시즌 1 후에 캔슬됐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드라마는 안 봤지만 일단 영화를 중심으로 한 번 써봐야겠다. 옛날 영화지만, 나처럼 특별히 옛날 영화에 취미가 없더라도 10대 애들이라면 한 번쯤은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밤 10시 경에 TV에서 방영하면, 특별히 다른거 할 거 없는 10대들은 다 보곤 했던 그런 영화. 그런 영화는 대부분 호러의 고전인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1식을 먹는 시간을 늘리고, 오늘처럼 두 끼도 먹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새삼 느낀건...1식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더 편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시간 단축도 되고, 두 끼를 먹은 날에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도 느끼고. 다행히 식곤증이 심하게 생기진 않았지만...결국, 너무 빨리 먹지만 않는다면 1식을 하는 패턴으로 서서히 돌아가야겠다. 아직도 배불러 죽겠고,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일기를 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끔 혼자 노래방에 가는데, 코인노래방이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혼자 가더라도 오래 있는 걸 좋아하고, 두 번 끊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굳이 코노를 찾아볼 일이 없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코노 이벤트 주최자 분의 정성을 봐서라도 조만간 노래방 가서 한 곡 녹음을 해와야겠다.

밖에서 일을 조금 하려는 생각을 접었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기회가 또 생겼는데 일단 두고봐야겠다. 모든 시간이 자율에 달려 있어도, 사람이란 패턴대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아무 때나 원하는 대로 외출하는 대신에, 반드시 나가야 하는 시간이 일부 고정된다면 과연 그게 내 생활 전체에 미칠 영향이 긍정적일지...아직은 모르겠다.

자유란 생각보다 무거운 것이다. 특별히 자유를 고집하는 입장에서도 그 자유를 잘 쓸 수 있으려면 절제력과 훈련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결국 순수한 형태의 자유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리고...필요 이상으로 실존주의적인 말이 나오기 전에 생각을 멈춰야겠다.

얼마 전에 쓴 일기에서, 조만간 쓸 포스팅 소재들을 거론했던 것 같은데...항상 그렇지만 계획을 세우고 나면 그대로 따르지 않게 된다. 무슨 글을 쓸 것이냐의 문제는 순전히 글을 시작하는 순간에 결정되는 문제이니까. 뭐 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미리 시간 약속을 하는 것도 싫어하고, 하여간 일정이란 걸 싫어하는 편이다. 어쩌면 자유란 그냥 즉흥성과 불규칙성을 빼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서 하는 일을 해도 괜찮을까? 물론, 일단 시작해놓고 그만두는 것도 옵션은 옵션이지만...그럴 생각으로 시작하는 건 뭔가 비겁하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상대에게 비겁해 보이는 것이 싫어서 자유를 걸 생각까지 하는 걸 보면, 자유보다 더 중시하는 것이 없진 않다는 증거인지도. 마치 애국심이란 것에 무게를 두지 않으면서도 반역은 혐오하는 마음이 절대적으로 큰 경우와도 비슷하다.

아직도 배가 꺼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으니 이만 포기하고 자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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