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공존한다는 것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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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 꼬리가 아홉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몬티와 세 아들은 중성화 수술을 했다. 번식력이 유독 뛰어난 것이 고양이인지라, 수술을 한다고 해서 남성 호르몬이 아예 멈추지는 않으며 교배 행위 자체는 가능한 상태이다.

어차피 임신의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여아들은 수술을 받지 않았다. 사실 임신의 문제 외에도 발정기가 찾아오면 이웃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울음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중성화를 감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도 나와 동거하는 이 고양이 가족 중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아이는 없다. 남아와 달리 여아의 경우, 중성화 수술은 배를 갈라야 하는 아주 큰 수술이다. 그래서 꼭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피하고 싶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몬티의 둘째 부인 토니와 큰 딸 딘(딩딩이)을 제외하고는 발정기의 특징을 보이는 아이가 없었다. 최근에 와서는 막내딸 루까지도 티를 내게 됐는데, 이 아이는 좀 더 많이 우는 편이다. 게다가 아무도 하지 않는 마킹(극소량의 소변을 여기저기 뿌리기)을 한다. 이 아이는 어릴 적에도 가장 당찼는데, 발정기의 특징도 가장 튀는 것 같다.

루가 선호하는 마킹 장소는 패브릭이나 종이 소재인데, 자신에게 튀는 것이 싫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가죽이나 돌바닥 등에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희한하게도 자신이나 다른 아이들이 즐겨 앉거나 눕는 곳에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원래 나는 거실에다가도 매트 등을 두어서 가끔 자거나 누워 뒹굴거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희생이 되곤 했다. 특정 시기에만 유독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느꼈지만, 그 때는 루가 특별히 울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용의자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루가 울기 시작하면서 마킹 습관을 확인한 후로는 절대 옷이나 매트리스 등을 거실에 두지 않기로 했다. 새로 토퍼 담요 등을 깔고 나서 바로 빨래해야 하는 상황을 몇 번 겪고 나서 얻은 교훈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소변인 줄 알고, 혹시 건강상 문제가 생겨서 자꾸 그러는가 걱정을 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때는 어느 놈이 그러는지도 명확히 알지 못했으니,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루가 발정기의 특징으로 울기 시작하면서, 이 아이들의 실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셈이다.

루와 반대로 딘은 정말 얌전하다. 작은 소리로 조금씩 우는데, 그것도 가끔 그러는 편이다.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울 때는 뭔가 '편안하게 해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머리를 살살 만져주면, 손에 머리를 누이고 잠들곤 한다. 그러다가 아빠 몬티한테 가서 붙어서 잔다거나...루에 비하면 딘의 발정기는 너무나도 수월하다.

약 1~2주 정도의 발정기가 찾아오면 교배에 대한 자연적 욕구가 생겨서 우는 거라는데, 이는 사실 고양이들에게는 괴로운 상태라고 한다. 그래도 남아들에게 아직 약간의 남성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교배 행위를 가끔은 하고, 그 덕분에 그 시기가 대체로 무난하게 지나가게 된다.

이미 중성화가 된 남아들의 행동 패턴도 흥미롭다. 일찍 수술을 한 입양아 막내 몽땅은 아예 경험을 하기 전에 수술해서인지,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다. 이미 여러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본 경험이 있는 몬티가 그나마 가장 수월하게 교배 행위를 하지만, 그나마 그것도 참으로 귀찮고 피곤해 하는 티를 마구 내다가 겨우 하는 편이다. 수술 후 남성 호르몬이 아주 조금씩만 분비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둘쨰 부인 토니가 발정기를 겪을 때나 그러지, 딸들과는 그 행위를 하려들지 않는다. 동물에게는 근친 터부가 없는 것이 당연하건만, 서로 헤어진 적이 없이 계속 가족 형태를 유지해서인지 각자의 역할을 꽤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부모 고양이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구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러나 여아의 발정기가 오면 결국 남아가 교배 행위를 해주는 편이 도움이 된다. 그래서 아이들의 이런 확실한 역할 자각이 걱정이다. 몬티의 아들 숀이나 젬조차, 같이 태어난 루보다는 다른 배(?)로 태어난 딘을 도와주는 일이 더 잦다. 만일 루가 점점 더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수술도 고려할 수 밖에 없는데, 딘처럼 습관이 잘 자리잡길 바라면서 일단은 지켜보기로 한다. 고양이의 습관에 관해서는 오늘 내일이 다르고, 이번 주와 다음 주가 다른 것을 종종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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