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에서 익명성을 보장받는 것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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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margin short 입니다.

간만의 글이 @oldstone 님께서 제안하신 아고라여서 좋습니다. 게다가 제가 스팀잇 시작부터 꽤나 자주 익명을 보장받는다는 것에대한 이야기들을 했었기에 이번 주제가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먼저 제 기조는 이렇습니다. 스팀잇에서든, 다른 인터넷상에서든 익명성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철저하게 보장된다함은 모든 범죄사실에 있어 보장이 아닌, 드러냄을 강요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전제하겠습니다.

전 스팀잇을 시작할 당시 제 배경을 논하지 않고 글을 온전히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며 익명성을 내세웠습니다.

제가 밋업에 나가지 않고있는 이유도 시간이나 장소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제 익명성에 대한 기조가 바뀔만한 사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많은 나이는 아니나 정말 수도없이 많은 상황에 배경이 작용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그것이 좋은 배경이든 나쁜 배경이든 상관없이 작용할때마다 말입니다.
좋은 배경이 작용했다면 그대로 바뀌는 반응이 불편했고 나쁜 배경이 작용했다면 당연하게도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처럼 사회비판 또는 경제학글을 쓰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아니, 대부분의 작가들의 경우 치명적으로 작용하지요.

@oldstone 님께서도 주제를 던져주시며 말씀하셨지만, 기존의 sns들에선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아예 계정을 맘먹고 따로 판다면 모를까, 보통 실명과 연락처가 연동된 계정을 사용해 모든 정보가 드러납니다.
그렇기에 자유로운 글이나 장문의 글을 쉽사리 쓰지 못하고, 본인의 의견을 쉽게 올리지 못합니다.

가뜩이나 지금처럼 사회가 양극화되있고 좌우대립이 극심할땐 더더욱 자기주장을 글로쓰기 어려워집니다.

일례로, 네이버 기사들의 댓글란에 가보셨나요? 대부분 베스트댓글은 현정부에 무조건적인 찬성을 하는 댓글들이고, 이에 반하는 댓글들엔 가차없이 '일베' '틀딱' '닭사모' 등의 꼬리표가 붙습니다. 이러한 풍조가 존재하는 현 시점에 실명을 내걸고 하는 sns에서 현정부에 반기를 드는 말을 함부로 올릴 수 있을까요?

전 이런 관점에서 적어도 '글쓰기'를 기반으로 한 스팀잇만큼은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사회비판글을 올리는 작가들의 경우엔 실명으로 전환될 경우 누가 무서워서 글을 쓸수있을까요?


보통 '인터넷 익명성'에 대한 토론 등을 보면 상당히 많이 나오는 주장 중 하나가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이 익명을 원한다." 입니다.

그런데 과연 떳떳하지 못해서 익명을 원하는 것일까요? 전 평생 아주 작은 범죄사실조차 없이 살아온 사람입니다. 전 무단횡단도 하지 않습니다. 꿋꿋이 기다렸다 가고, 공중도덕도 신실하게 지켜내며 살고 있습니다. 또한 어느 바운더리에서든 떳떳하게 잘 지냅니다.

제가 과연 떳떳치 못해서 익명성을 원하고, 밋업에 참가치 않고있는 것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전 익명성을 그저 '필요'로 하고 있을뿐입니다. 제 의견이 보호받기 바라는 마음에서, 제 글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길 원하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나아가, 제가 한가지 밋업을 보며 자그마한 걱정을 했던 것이 바로 이런데서 나옵니다. 혹여나 어느 순간, "밋업도 안나오는 놈"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대부분 커뮤니티의 가장 큰 적은 '친목'에서 나온다는건 여러분들 누구나 잘 아실겁니다. 위키피디아였던가에도 커뮤니티가 망하는 지름길은 '친목'이라고 적혀있던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전 솔직히 친목이 왜 잘못된건지 모르겠고, 기존에 어디서 활동한 적이 없기에 스팀잇에서 처음만난 이런 밋업이라던가 친목들이 긍정적으로 보이기만 합니다. 그러나 분명 수많은 커뮤니티들을 침몰시킨 이러한 친목을 어떤식으로 대해야하는가에 대한 경계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바로 앞에 말씀드린 "밋업도 안나오는 놈" 이라는 식으로 '떳떳치 못함'을 낙인찍는 행위이죠. 이는 익명성이 더이상 보장받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실명이나 만남을 강요받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자체가 익명성에 대한 위협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익명성은 겨울철에 입는 잠바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운사람은 잠바를 꼭 껴입고 있으면 되고 좀 덥다싶은 사람은 벗어재끼면 그만인 것입니다. 그걸 "다같이 벗어! 안벗는 놈은 수상한 놈이야!" 라는 식으로 여론이 만들어지는 순간 더이상 그 모임에 가고자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요.

전 스팀잇의 지금 이런 상태들이 좋습니다. 하지만 익명성에 대한 보장이 점점 옆어지고 익명을 원하는 이들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한다면, 글쎄요.. 아마 활동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붙여 다른이들또한 진입하기 망설여지는 허들이 되겠지요.

익명성을 벗는 것은 개인의 판단과 자유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목청높여 부르짖던 민주사회에 이미 익명성에 대한 자유또한 보장되어 있을진대 이것을 역기능에 대한 우려로 없애고자 한다면 앞서가신 선열들의 투쟁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됩니다.

스팀잇도 부디 이대로 흘러가며 익명성을 강요하지도, 강요받지도 않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실명이 항상 정의로웠던 것만도 아니였기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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