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람들은 왜 강가(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할까?(인도 영화 바라나시 관련)

삶과 죽음의 경계, 바라나시


오랜만에 인도 이야기하고 싶어서 어떤 글을 쓸까 한참 생각했어요. 곧 시즌이 시작되는 레 라다크에 관한 이야기도 쓰고 싶고 라다크의 관문 마날리, 맥간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어제 개봉한 바라나시(Mukti Bhawan, 2017)라는 영화가 떠올라 그리운 바라나시와 마더 강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왜 강가에서 목욕을 할까?

인도 여행을 한 사람 혹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강가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의문이죠. 우선, 강가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은 인도 사람 중 힌두교를 믿는 힌두교인입니다. 강가는 힌두교인에게 굉장히 중요한 곳으로 바라나시뿐 아니라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리쉬께시(하리드와르) 등 다양한 지역에 흐르고 있답니다. 그럼 힌두교인들은 왜 강가를 성스러운 곳으로 여기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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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은 인도 신화를 담은 설화집 <바가바타 뿌라나 Bhagavat Purana>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태양 왕조 수리야밤샤의 사가르 왕은 말을 자유롭게 풀어두고 1년 후 신에게 바치는 희생제를 드려왔습니다. 사가르 왕이 백 번째 희생제를 지내려는 찰나, 희생제가 끝나면 인간이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설 것을 두려워하던 인드라 신은 말을 지하 세계로 가져가 까삘라 성자의 명상처에 숨겨버렸죠. 말을 찾아 나선 사가르 왕의 아들들은 까삘라 성자를 범인으로 알고 벌하려 했고, 이제 분노한 까삘라는 저주를 내려 그들을 재로 만들어버렸답니다. 왕자들이 돌아오지 않자 사가르 왕은 손자인 안슈만을 보냈고 지하 세계에 가서 이 사실을 알게 된 안슈만은 성자에게 경배를 올렸습니다. 이에 만족한 까삘라는 안슈만의 손자가 천상에서 강가 물을 내려 그 성수로 정화 의례를 지내면 재가 된 조상들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고 이후 안슈만의 손자인 바기라트는 왕이 되자 구원을 실현하기 위해 왕좌를 버리고 히말라야로 향했습니다. 두둥.

그곳에서 천 년 동안 고행을 하며 천상에 흐르는 강가 여신(이 때문에 바라나시 사람들은 아직도 강가를 마더 강가, 어머니의 강이라고 부른답니다.)에게 지상으로 내려와달라고 간청했고 시바 신의 머리 타래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바기라트는 강가에서 조상의 재를 깨끗이 정화시켜 그들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었고요. 힌두교에서 강가는 천상에 이르는 계단으로 여겨집니다. 힌두교는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 사상을 믿는데 육신을 화장한 재를 강가에 뿌리면 윤회를 벗어나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고 믿기 때문에 재를 강가에 뿌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바라나시에서 죽음을 맞이한 후 화장하여 강가에 뿌려지는 것은 많은 힌두교인이 원하는 죽음의 방식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로 대부분 자신의 동네에서 화장을 한 후 재를 가지고 강가에 가서 뿌리는 경우가 많고 이때 재를 뿌리는 강가는 꼭 바라나시가 아니더라도 괜찮고 하리드와르나 강고뜨리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라나시를 처음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곳은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인데 시체를 이고 강가로 와서 의식을 행한 후 시체를 태우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버닝 가트 Burning Ghat로도 불리는 이곳은 죽음과 환생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만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힌두교의 장례 절차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요? 힌두교의 장례 절차는 죽기 전부터 시작되는데 요즘은 많이 생략되는 부분으로 인도에 7년 동안 살며 어르신분들의 장례를 많이 보았지만 이 절차는 딱 한 번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바로 소의 꼬리를 잡는 것인데요, 소를 데리고 집으로 가서 뿌자(예배) 의식을 치른 후 소의 꼬리를 잡습니다. 이는 죽음을 맞이한 후 소의 꼬리를 잡고 강을 잘 건너기 위함이랍니다. 그 후, 힌두교인이 죽으면 지인들이 와서 곡을 하고 가족들은 만트라를 외우며 시체를 씻긴 후 머리에는 기름을, 몸에는 우유, 기(Ghee), 꿀 등을 섞은 것을 바릅니다. 그리고 발가락은 동여매고 손바닥은 마주하여 가슴에 모은 합장 자세가 되도록 고정시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힌두교는 윤회를 믿고 육신은 다음 생을 위해 떠나야 할 영혼에게 미련을 갖게 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여기므로 24시간 내 화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단, 7세 이하의 어린이, 임신한 여자, 뱀에 물린 사람, 사두(수행자) 그리고 동물은 화장이 아닌 수장을 합니다. 커다란 돌로 묶어서 강가에 던지는데 여름에 시체가 부패하며 떠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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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씨 집이나 라가 카페 근처에서 가트로 이어지는 골목을 지나다 보면 시체를 들것에 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들이 외치는 말은 '람 남 사뜨야 헤 Ram Naam Satya Hai', '라마 신의 이름은 진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뒤에 생략된 문장은 '사뜨야 볼로 묵띠 헤 Satya bolo mukti hai' 즉, 진리를 말하는 사람은 구원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흔히 화장터에 갈 때는 남자만 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모두 함께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장터에 이르면 강가에 시체를 세 번 담근 후 화장터에 올립니다. 마니까르니까 가트에는 수천 년 동안 꺼지지 않은 불이 있는데 장자가 이곳에서 불을 옮겨오는 것으로 화장이 시작됩니다. 장례에 필요한 화장터와 불, 나무, 인부 삯을 합친 금액은 12,000~15,000루피로 적지 않은 금액이 듭니다.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면 외부인도 화장을 볼 수 있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망자와 가족들에게 예를 다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죠? 화장터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당연한 것이지만) 생소한 모습을 남기고 싶다고 다른 사람의 힘겨운 시간을 모른척하는 몰상식한 사람은 없으시길.


다른 동네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우다이푸르는 화장 후 집으로 가기 전 피촐라 호수에서 목욕을 합니다. 대개 리틀프린스 레스토랑 앞 가트에서 하시는데 싸리를 입고 단체로 목욕하는 분들이 있다면 장례식에 다녀오신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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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에서 개봉한 당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에 기뻤는데 어제는 영화 바라나시도 개봉했더라고요. 저는 인도에서 묵띠 바완 Mukti Bhawan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할 당시에 관람했는데 잔잔한 감동과 바라나시, 그리고 힌두교의 장례 문화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 한국에도 개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 개봉 소식에 참 기뻤답니다. 바라나시가 그리운 분, 인도 여행을 준비 중인 분이라면 이번 주말 인도 영화 <바라나시>와 함께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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