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함이 남은 Hive의 분기, 그리고 스팀과 한국 커뮤니티가 해야할 일

어제 하이브가 스팀에서 분리되어 나가는 큰 일이 있었습니다. 소프트포크가 날 때부터 체인 분기는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커뮤니티가 에어드랍에서 제외되었 사건은 큰 이슈로 다가왔습니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하이브가 스팀재단과 저스틴 증인계정에 에어드랍 제외를 하는 것까지는 무리가 없습니다. 이것이 하이브가 나오게 된 원인이기도 하고 기존 스팀과 갈리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외명단을 저스틴선 증인에 보팅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확장한 것은 패착으로 보입니다.

사용자가 보팅을 하는 것은 블록체인에서 정당한 행동이며 자유입니다. 일시적으로 저스틴선쪽 증인에 마음이 기울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30위까지 보팅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프록시토큰처럼 양쪽 다 보팅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이브측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핵심가치에 맞게 행동한 사람들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는 어찌보면 자의적인 배제이며 향후 커뮤니티의 확장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결정입니다.

이 문제가 잘 해결이 되었다면 윈-윈 하는 쪽으로 분기가 이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이브측은 저스틴선쪽 지분만 에어드랍을 제외하고, 스팀은 하이브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다른 가치를 지향하며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관계를 이룰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들에서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태인지라 이러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한국 커뮤니티도 명단 공개 이후에 보팅을 빼기보다는 물밑에서 더 많은 협상을 하고, 아니면 일시적이나마 저스틴선과 협의를 하고 보팅을 수정하거나 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중재자로서의 실익을 더 많이 누렸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저도 이 사실을 하드포크 4시간 전에 알아서 부랴부랴 하이브측이랑 컨택을 해보았는데 이미 많은 것이 진행된 상태이기도 하고, 이제는 한국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입장도 아닌지라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었습니다. 이 점은 참 안타깝고 더 잘 못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직도 앙금이 많이 남아 있기에 한국 커뮤니티 내에서는 하이브라고 하면 이를 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큰 흐름에서 보면 하이브는 그 나름대로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고 그러기에 좀 더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에어드랍 제외 때문에 중요성이 많이 깎여나갔긴 했지만요.

스팀과 하이브의 분기는 자본과 커뮤니티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지금 하이브의 분위기는 초창기 스팀잇의 분위기와 매우 유사합니다. 반면에 스팀은 지금은 자본이 더 중시되는 모습으로 진행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디가 맞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전까지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두 지향점을 비교할 수 밖에 없었고, 환경이라는 요인이 통제되지 않았기에 합당한 비교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시간, 같은 환경에서 두 가지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블록체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팀이 할 수 있는 가장 잘못된 행동은 재산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기존 증인에 대한 지분동결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22.5를 내세운 명분을 자가부정하는 모습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 증인들의 지분을 남겨두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시세에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지분을 팔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는 사람들입니다. 스팀이 보여주는 일관된 비전을 통해 믿음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람과 자본이 유입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격앙된 마음에 휘둘려 중심을 잃으면 반드시 중심을 지키고 있는 쪽에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이브는 이미 이런 부분에서 포기를 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사람들도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팀까지 이걸 포기한다면 하이브에 대한 중요한 상대우위 하나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대신 스팀은 저스틴선이라는 중요한 자원을 살려서 거래소와의 협업이나 자본을 활용한 비즈니스모델, LPoS와 같은 자본 친화적인 측면을 더 강화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어떻게 새로운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해야합니다. 지금까지처럼 다운보팅이나 파워다운 기관가 같은 각론에만 집중해서는 이러한 것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저도 예전부터 두어가지 제안은 해왔지만, 방향성을 놓고보면 스팀보다는 하이브쪽에 가까운 사람인지라 큰 그림을 그리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과업은 새로이 한국 커뮤니티를 이끌고 계시는 분들께서 잘 하시리라 믿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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