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처럼] 백야 Midnight Sun / 비어 있어 여유로운 FINLAND

백야 Midnight Sun

촌스러워도 할 수 없다. 태어나 처음 보는 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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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맞닥뜨린 북유럽의 밤이었다. ‘Midnight sun’.
이름부터 판타지스러운 북유럽의 백야를 보게 되는 것이다.
헬싱키 반타 공항에 도착한 때가 이미 밤늦은 시간이었으니, 어떻게 숙소까지 찾아갈 지 긴장을 좀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 우리의 눈앞에 생전 처음 보는 백야가 짜잔~하고 나타났다.
아, 이것은 이렇게 푸릇푸릇하고 보랏빛이 살짝 돌면서 나른하고 상쾌한 것이구나. 세상에 하루를 이런 식으로 마감할 수 있다니 심히 멋지지 않은가! 감탄하며 수시로 하늘로 눈이 가는 것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촌스러워도 할 수 없다. 태어나 처음 보는 것이니까.
반타 공항에 있는 24시간 인포메이션 센터의 인자한 아저씨에게 숙소의 위치를 물어 무사히 헬싱키 중앙역까지 갈 수 있었다. 중앙역까지는.
그 다음이 항상 문제가 아니던가. 아무리 백야라지만 한밤 중에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낯선 거리에서 짐을 들고 외국인들 사이를 헤매는 것은 어느 정도 공포를 동반한 모험이다.
일단 숙소에 빨리 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방향이 애매모호해졌으니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즉시,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미스터에게 길 안내를 요청했다. 그는 지도를 보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다가 따라오라고 했다. 희미하게 풍기는 알콜 향이 어디서 한 잔 걸치고 귀가하던 모양인데, 멍청한 표정의 동양 여자 둘의 청을 들어줄 여유는 있어 보였다.

“어디서 왔니?”
“코리아.”
“아, 사우스? 노스?”
“(또 시작이다 그놈의 남북 타령) 사우스.”
“아... 근데 왜 왔어? 여기?”

담뱃불을 붙여 문 그가 갑자기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나라에 볼 게 많지. 그중에 특히 무엇에 관심이 있어 먼 걸음을 하셨어?’
하는 느낌이 아니라
‘이곳에 대체 뭐 볼 게 있다고 온 거야?’
하는 눈빛으로. 너무나 원론적이면서 정곡을 찌르는 낯선 질문에 당황했다.

“어..., 아라비아Arabia 그릇도 보고..., 저 친구가 도자기 디자이너거든. 나도 디자이너고. 그래서..., 너 아라비아 알지?”
“알지. 아라비아. 그러니까 한국에서 여기에 아바리아를 보러 왔다?”

그 순간, 왜 핀란드의 도자기 브랜드 이름이 아라비아인 것인지 그 창업자의 작명 센스를 깊이 원망했다. ‘설마 내가 비행기를 잘못 타서 중동에 가려다가 이곳에서 표류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을 해야했으니까. 곱씹어 말하며 생각하던 그는 더 이상 무언가 묻기를 포기했다. 차라리 연어와 순록이 갈매기를 잡아먹으며 다정하게 사우나하는 걸 보러 왔다고 할 걸 그랬다. 그랬으면 그게 대체 무어냐고 되묻기라도 했을 텐데.

자신의 갤럭시 S2를 꺼내 위치를 확인해가며 호스텔로 가는 골목 입구까지 친히 안내해준 그는 “여기서부터는 갈 수 있을 거야. 잘 가봐” 하고 우리를 배웅했다.
헤어진 후 몇 걸음 가는데, 유치한 후회가 섞인 대답과 질문들이 떠오른다.

'너희 나라에 볼 게 좀 있어.이딸라도 있고 마리메꼬도 있고 알바알토도. You know? 다 집어 치우고 너희는 일단 백야를 가지고 있잖아? 우리한테 는엄청나게신기한거라구. 근데 네가쓰는 그 스마트폰은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건데 쓰기 괜찮니? 아무튼 이름이 뭐야?'

영어를 맨처음 배울 때 다같이 합창했던 바로 그 문장, “왓츠유어네임” 이 왜 튀어 나오지 않았을까. 고등학교 때 열심히 외웠던 영어 랩이라도 쏟아내 볼 것을....

“히어뤼고 히어뤼고 잇츠 타임 투 스탑... 왓츄 고너두 왓아가라두....”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죠?
여유롭고 무심해서 멋진 미스터. 키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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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공항에는 24시간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 밤늦게 도착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 공항에서 시내 중앙역까지는 2터미널 바깥 버스정류장에서 615번 버스를 타면 되는데, 정류장에 티켓 발매기가 있으므로 현금을 준비하여 구입한다. 가격은 4.5유로. 30~40분이면 중앙역에 도착한다.
615번 운행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http://aikataulut.hsl.fi/linjat/en/s615.html#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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