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추가] 디라이브 테스트를 또 실패해서 쓰는 오늘의 일기

0.테스트 얼른 하고 지우려고 했는데.. 스패머 밉......글 삭제를 못 하게 돼서 쓰는 디라이브 테스트 2 실패 기록은 이따 밤에 쓰겠습니다. 들어 오신 김에 초록 초록 눈 정화나 하고 가세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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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밤이 되어서 일기를 씁니다. 노동요는 @emotionalp님의 힙터지는 노동요 플레이리스트를 켜두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디라이브 설정에 실패했습니다. 오전에 @smigol님의 [Smigol-dlive] DLive 방송 송출 프로그램 OBS 설정방법 포스팅을 발견하고 이것이 나의 한 줄기 빛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수가 겪는 현상이 아니라 혼자 겪는 문제인듯해서 속이 조금 갑갑해졌습니다. 그렇지만 해결을 위해 또 시간을 벌게 되었으니 마스크팩이라도 한 번 더 붙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2.오늘은 미뤄뒀던 마당 청소를 했습니다. 마당 한구석에 무덤처럼 쌓인 동백꽃 송이를 쓸고, 돌담 언저리 빗물에 엉겨 붙은 나뭇잎들을 쓸어 담았습니다. 젖은 나뭇잎 사이에서 다리가 형광 주황색인 거대한 지네가 화들짝 놀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놀라게 해서 미안했지만 제가 더 놀랐습니다. 제주에 내려와서 본 지네 중 제일 컸거든요. 놀라서 얼어있는데 하우스메이트 언니가 판데스(가루형태의 지네 잡는 약입니다.)를 가져다줘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탈탈탈 뿌렸습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나뭇잎을 쓸어 담았습니다. 지네의 사체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몸을 돌돌 말고 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나흘 전부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가 집 근처에 자주 왔다 갔다 하면 지네가 덜 꼬이지 않을까?'라고 하우스메이트 언니가 불순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게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바로 20kg짜리 사료를 주문했습니다. 첫날, 오라는 고양이는 안 오고 까치 두 마리가 사료를 탐 냈습니다. 둘째 날, 일하다 창밖을 내다보니 크고 꼬리가 짧은 고등어 냥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마당 밖으로 나가는 걸 발견했습니다. 사료는 조금 줄어있었습니다. 셋째 날인 어제부터는 턱시도를 입고 뒷다리에 흰 장화를 신은 냥이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료 한 입을 먹고 나무를 경계하고, 또 한 입 먹고 바람을 경계했습니다. 그래도 배부르게 먹을 건 다 먹고 물도 마시고 갔습니다. 오늘은 점심에도 오고 저녁에도 왔습니다. 눈도 마주쳤습니다. 내일은 조금 더 친해질 것 같습니다. 보은한다고 지네를 물어다 집 앞에 두지 않기를 바라야겠습니다. 이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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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작업실 겸 문구 편집숍을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울 생각에 버는 돈을 쪼개 이것저것 사들이고 있습니다. 요즘은 연필에 꽂혀있는데, 하필이면 시즌별로 한정판 연필을 생산하는 브랜드에 꽂혀서 이베이(이하 이베희)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판매처가 없었거든요. 아무튼, 웃돈에 배송비를 더해 연필을 주문했습니다. 이게 바다 건너 내 손에 무사히 들어올지 걱정이 됐지만, 너무 갖고 싶은 나머지 모험을 해보기로 한 겁니다. 다음날 연필 배송이 시작됐다는 메일을 받았고, 3일 후,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국내 한 문구류 사이트에서 같은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갑자기 창고에서 재고를 발견했다나요. 왠지 분해서 1타를 더 주문했습니다. 훨씬 쌌고, 배송도 빨랐습니다. 의식처럼 한 자루 깎아 글씨를 쓰는데 '물욕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틀 후인 오늘 마당을 쓸고 있는데 이베희에서 구입한 연필이 왔습니다. 무사히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의 판매자는 생각보다 친절하고 믿을 만 했습니다. 이베희 만세입니다. 그간 사들인 물건은 다른 포스팅에서 자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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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매년 4월 16일이면 잠깐 울게 됩니다. 여러분도 다들 다 아시는 그 날이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이라고 믿어봅니다.)이 충격과 슬픔에 빠져 모든 이의 시계가 느리게 갈 때, 모든 행사와 축제는 취소되었습니다. 민생 경제가 얼어붙었(다고 언론은 표현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그랬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가 얼어 붙은 것, 그게 가장 중요한 본질은 아니었지만요.)습니다. 사고가 있던 당시 저는 주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정책홍보를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그 정부일때요. 사고 이후 1년, 2년 세월이 흘러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올 때, 회사는 직원들에게 세월호 국면 타개를 위한 제안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하필이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팀에 있었습니다. 납득하지 못 한 일을 하면서 저는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했습니다. 슬픔을 오롯이 슬퍼하지 못하는 것, 분노를 오롯이 분노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4년이나 흘렀지만 저는 여전히 울게 됩니다. 미안해서, 슬픈데 슬퍼하지 못하고 화가 나는데 분노하지 못한 비참한 어른이었다는 것이 못내 미안해서 말입니다.


6.이렇게 길게 썼는데 @emotionalp님의 노동요 리스트는 이제 26번을 지나고 있습니다. 귓가에 꿀이 흐르는 듯하네요. 현재 리스트에는 50번까지 들어있는데, 자기 전까지 뭐라도 더 하라는 P님의 계략인듯합니다. 저는 지금부터 각 잡고 연필을 몇 자루 깎고, 문구의 역사를 읽다가 졸리면 잘 생각입니다. 내일은 집 일부분의 페인트칠을 해야 하는데 잘할 수 있겠죠? 턱시도 냥이가 와서 구경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친해지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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