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했다가 서먹해진 친구의 결혼소식을 카톡 프사와 알림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결혼식은 일주일 후.
그 친구와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사이였다.
그녀는 같이 일하는 파트너와의 트러블로 몹시 괴로워 했고, 관리자는 그녀의 요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름의 통로를 찾던 그녀는 결국 퇴사를 하고 싶다며 몇 달을 내게 상담했다.
그 친구에게 내가 할 수 있었던 말은
힘내
그랬겠구나
안됐다
어쩌냐
같은 말뿐이였다.
조언을 해봤지만 그 조언을 받아들이질 않았다. 그녀는 자신 나름대로 이미 다 했다고 그렇게 말했다.
주말에는 불이나케 사라져버리는 그녀는 주중에 퇴근후 종종 나를 찾았다.
결국 어느날 그 친구가 하나씩 버린 감정이 꽉 차버려서 내 마음속이 터져나갈 것 같은 날이 왔다.
거의 퇴사하기 얼마전에 알게 된것이지만 그녀는 나 말고도 이미 많은 동료들에게 퇴사상담을 계속 한듯 했다.
결국 어느날 부터 그녀의 상담전화는 바쁘다 피곤하다 선약이 있다는 핑계로 멀리하기 시작했다.
나 말고도 들어주는 이도 많아서 크게 걱정되지도 않았고 나도 그녀를 챙겨주며 잃은 바이오 리듬을 찾고 싶었다.
나한테 밖에 못 털어 놓는다는 그 많은 이야기들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서 숙덕 대는걸 몇 번을 들었던가.
어쩌면 나는
"널 이해해줄 마음이 따스한 단 하나뿐인 친구"
라는 이상한 책임감을 느껴 그녀의 투정을 받아준 것이였나?
해맑게 남자와 마주보며 웃는 그녀의 카톡 사진을 보며 그녀가 떠나기전 한 말이 생각나버렸다.
난 찡 니가 퇴사하지 말라고 했으면 안 했을꺼야
직접 내게 말 한것도 아니고 나와 같이 일하는 언니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언니는 내게 와서 넌 왜 그 친구를 잡지 않았냐고 재차 물었다.
헛웃음이 났다.
퇴사하지 마라고 수십 번은 더 말했는데요? 라고 쏴붙이려다 입을 닫았다.
그거였구나.
너가 원한건 너의 얘길 무조건 다 들어주고, 조언보다는 퇴사하지마 퇴사하지마 라고 끝까지 붙잡고 널 걱정해주는 사람이 필요한거 였었네. 내 기분 내 감정보다 자신의 퇴사 퇴사 퇴사만 생각하며 걱정했잖아.
근데 나말고도 많은 사람이 붙잡았던 걸로 아는데...
그런 생각도 해봤어.
이것도 관종의 일종인가 하고.
마지막 떠나는 날 눈물도 나지 않았다. 다들 날보며 정말 감정이 메말랐다고 했다. 정말 차가운 애라고. 그 아인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작별인사를 하다가 직접 내게 와서 내 손을 꼭 잡으며 넌 왜 내가 떠나는데 안 우는거니? 라고 물었다.
눈물이 안 나.
나는 너의 쓰레기통이였거든.
감정쓰레기통
내가 꽉 차서 힘들어하니 다른 쓰레기통들을 찾아 떠난거야. 그러다 다음 쓰레기통도 힘들어하니 다른 쓰레기통을 또 찾아 떠나고...또 옮기고 옮기고
정말 이런게 친구라면 진저리난다고 생각했다
쓰다보니 글이 엉망이네
상담사나 말을 잘 들어주는 베스트 프렌드 역활은 정말 내겐 아닌것 같아
어디까지나 내입장에서 쓴 글이니 그 친구의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그때 눈물 한방울 정도는 흘려줬어야 했나? 차라리 처음부터 가식적인 위로를 건냈어야 했나.
결혼 축하해.
난 거짓말 못하니 진심이야.
너가 떠나고 싶다는 얘길 듣고 밤늦게까지 진심으로 너의 미래를 같이 걱정했던것들도 난 다 진심이였어.
좀 더 메달려서 가지마라고 해줄껄 바랬나봐.
그런걸 원했구나.
근데...
너의 퇴사로 난 더 편안해졌어.
아마도 난 너에게 지나간 사람이겠지.
카톡 프사 목록 잘 안보다가 보니 갬성터지네
직접 전하지도 못할 말을 익명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