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1인용 입맛을 가지고 살아간다.
감기다. 콧물이 물 흐르듯이 흐른다. 딸에게 옮은 것이라고 남편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아침마다 1시간씩 걸으며 찬바람을 맞은것도 한몫한 거 같다. 그래서 오늘은 걷지 않았다. 어젯밤부터 박경림 목소리가 나오고 목이 갈라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누웠다. 3일 동안 천천히 보던 네이버 웹툰 '1인용 기분'을 드디어 다 봤다. 완결 웹툰을 눈팅하던 중 회사에서 강의 때 예시로 나온 웹툰이라 바로 알아보고 정주행을 시작했다. 자신의 감정을 1인용으로 표현한 것이 신선하다. 그처럼 누군가가 나와 같은 감정일 수는 없다는 얘기겠지. 주인공 파랑이는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채고, 타인에게도 싹싹한 사람이다. 퇴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처음 다니던 이름 있는 출판회사에서 상사의 커피 심부름을 하는 부분이 있었다. "너 커피숍 아르바이트해봤다며?"라는 말을 하더니 막내라는 타이틀까지 플러스되어 재차 커피 심부름을 해야 했다. 그것도 상사인 그녀가 만족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여러 차례 다시 타야 했다. 경악적이었던 건 퇴사한다고 말하는 그날까지 퇴사하냐 잘 가라 그리고 커피 한잔 부탁해 진하게 먹던 걸로 라고 아무렇지 않게 시키는 모습이 잔인하기까지 했다.
원래 영화보다 현실이 더 잔인한 법이다. 그게 왜 잔인하냐 막내니까 커피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기준으로 커피 심부름은 미친 짓이다. 아마도 내가 커피를 입에 대지 않아서 더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 조직의 막내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뭘 모른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남편의 커피 심부름조차 끔찍하다. 결혼하고 4년 동안 커피를 타 준 건 10번도 안되는 것 같다. 항상 커피를 부탁하면 알아서 타 먹으라고 정색한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디서 이런 고정관념이 박힌 것인지 커피 심부름이라고 하면 똥개 훈련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차라리 커피숍에 가서 주문을 해서 가져다주는 것은 괜찮은데 믹스커피에 물 조절해서 타 달라는 부탁은 정말 싫다. 로스팅하라고 하면 입에 게거품을 물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센스라고는 개코도 없는 여자인데 데리고 사는 남편의 속마음은 알 길 없다. 앞 뒤가 꽉 막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그래서 가끔 카페에 같이 가면 아쉬워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노 1+1 행사 같은 것을 할 참 이면 못내 아쉬워한다. 네가 커피를 마실 줄 안다면 같이 카페 투어 같은 것도 하고 그럴 텐데 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카페에 가면 나는 요거트나 다른 것을 먹기에 아메리카노보다 더 비싼 걸 먹게 된다. 사실 그다지 먹고 싶지 않은 날이 태반이다. 아주 달고, 다 먹고 나면 목이 마른 음료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나온 것이 허브차를 시키는 것이다. 가격은 창렬 그 자체지만 말이다. 그나마 먹고 나서도 입안이 달지 않다.
요즘은 아이가 생겨서 느긋하게 카페에 앉아 있을 수가 없으니 잠시 차를 세우고 남편은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한다. 그리고 다음 일정 동안 마시면서 다닌다. 나는 단 음료를 안 먹어서 좋고 남편도 남편대로 커피를 즐겨서 좋은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아쉬워하지만 말이다. 남편이 하루 500ml의 물을 마시는걸 버거워하듯 나도 그 정도 양의 커피와 탄산은 고문이다. 특히 아메리카노라면 죽음이다.
웃긴 건 그러면서도 아이스 녹차라테에 휘핑크림 올린 건 잘도 들이킨다. 녹차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 커피만 안 마실뿐 브라우니, 녹차를 자주 먹으니 아메리카노와 카페인 섭취량은 비슷하게 한다. 이 불편한 진실은 나만의 비밀이다.
쓰다 보니 너무 편파적이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있을까 살짝 걱정된다. 커피는 나만 안 마실뿐 모두가 즐기는 산뜻한 후식이다. 그리고 여자 바리스타도 이 세상에 아주 많다. 다들 1인용 입맛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유난 떠는 것일 뿐.
아몰랑
ㅋㅋ짱돌맞을꺼같앜ㅋㅋ도망가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