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사랑을 싣고 소리는 음악을 싣고

zionjohn(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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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리.jpg

제겐 유별난 습성이 하나 있습니다.

일정한 요건들이 갖춰졌을 때 그 순간 특정 소리가 하나의 음악처럼

들릴 때가 있고 어느새 제 입은 그 소리를 흉내내고 있는 건데요.

그 소리라고 하는 것이 말 그대로 생전 처음 들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적인 반복으로 조금씩 바꿔가면서 그 소리와 근접한 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예컨데 외국어라면 이런식인거죠.

각 나라 모국어를 쓰는 사람이 들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사용되는 의미를 떠나 하나하나의 소리라는 관점에서 들으면 이렇게 들려질 수 있습니다.

실제 외국어회화 학습법 중에서는 마치 상대를 면전에 두고 주먹을 휘두르는 듯 훈련하는 쉐도우 복싱처럼 실제 상대방과 대화하듯 말해보는 쉐도잉이라는 학습법이 있습니다.

문자에 사로 잡혀있는 우리의 한국식 외국어(영어는 콩글리쉬)를 좀 더 원어민 발음에 가깝게 하기 위해 계속 되뇌며 따라해서 외국어의 발음과 억양에 따른 음악적 탄성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하는 것이죠.

외국어에도 음악적 요소가 다분합니다.

외국어라는 음악을 듣고 있을 때 느껴지는 무드는 의미를 떠나 분명한 감성적 차이를 불러 오니까요.

저같은 경우 영어는 교과과정에 이미 포함되어 있어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주위에서는 제2외국어는 영어 다음 언어로 새롭게 급부상하는 나라, 중국의 위상에 걸맞게 중국어를 공부해두는게 유용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돌았고 실제로 많은 친구들이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데 저는 학창시절에도 불어를 택하고, 졸업 후에도 프랑스 문화원을 드나들었습니다.

불어를 알아듣고 불어를 사용하는 건 둘째치고, 이유는 딱 하나.

황당하게도 그저 불어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거든요.

차라리 영화나 보여주었으면 좋았으련만 전혀 불어스럽지 않은 불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선생님들께서 시간낭비를 시켜주셨던 덕분에 지금은 생각나는 말 하나 없지만, 여전히 제게 불어하면 마치 제 플레이 리스트에 남아있는 곡처럼 듣고 싶은 외국어로 남아있습니다.

아래 정상훈의 영상을 보시면 의미는 아예 한국어의 의미로 가지면서 각 나라의 발음과 억양을 흉내냅니다.

최근에 이런식의 음악을 2번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먼저는 아내가 출산을 하면서 중고로 구입하게 된 유축기.
유축기는 산모의 모유가 돌기 시작하면서 젖몸살이라고 하는 가슴이 뭉치고 통증이 오는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일정시간마다 압력을 이용해 모유 빼내는 것을 도와주는 기구입니다.

유축기.jpg

저희가 구입한 유축기는 연식이 10년은 되어 보이는, 누군가 그 쓰임새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노인들을 모아놓고 각종 레크레이션을 벌이고는 결국에는 본래 목적에 따라 팔아먹게 되는 의료기들 중 하나가 아닌지 의심되는 비주얼이었습니다.

판매자도 용도의 혼란이 걱정이 됐는지 이런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유축기2.jpg

저도 아내가 출산을 하면서 알게 됐지만, 모유가 나오지 않는 여성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이런 문구를 떡 하니 붙여놓은 걸 보니, 여간 이 의료기 비주얼에 따른 사용자들의 혼란이 야기될 것을 걱정한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연식 때문인지 원래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 이 녀석의 작동 시 소리가 요란스러웠는데요.

아이가 잠을 잔다는 것은 정말 은혜와 축복같은 것이기에 그 평화를 깨지 않기 위해 유축은 종종 제가 서식하는 방에서 이뤄지고는 했습니다.

기계이다 보니 정확한 메트로놈 템포에 맞춘 듯 요상한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그 소리란 것이 이런 것입니다.

'위링요잉요~ 퍽~ 위링요잉요~ 퍽~'

여기서 '퍽'은 역류방지기 고무패킹이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조금 익숙해질 만큼 들었던지 어느새 저는 유축기와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발을 까딱대며 리듬까지 타가면서 말이죠.

그 모양새가 가히 요사스러웠을 겁니다.

'위링요잉요~ 퍽~ 위링요잉요~ 퍽~'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기가 찬다는듯 어이가 없다 못해 나중에는 웃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제가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갓 태어난 아이에게서도 볼 수 없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과 살아줘서 늘 감사할 따름이네요.

고가방음.jpg

두번째는 고가도로의 방음벽과 연관이 있습니다.

출퇴근길 늘 오가던 방음벽 쳐진 고가도로,

부스터를 가동시키지도 않았는데 유독 그날따라 특정 굉음이 들리더군요.

'휘두루루피쒸우~~~~~~~~~~~~'

아마도 방음벽이 있지 않아 개방된 윗부분과 방음벽 내부 바람의 소용돌이로 인해 발생된 듯한데. 굉음과 함께 이전에 평범했던 고가도로 드라이브가 묘한 쾌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이것이 만화에서 보았던 바로 그 제로의 영역인가?'

평소 스피드를 즐기는 저였지만 레이싱 경기를 펼치는 상황도 아니었고
(물론 출근시간이 임박하긴 했습니다.)
쫄보에다 이제 막 아들이 태어났기 때문에 더 이상 규정속도를 넘어 속력을 올리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 느꼈던 굉음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일생을 살면서 잊혀지지 않는 소리 한, 둘쯤은 있는 법이니까요.

그것이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고가도로라 할지라도

그렇습니다, 늘 그렇듯 이토록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여러분에게 어떤 소리가 음악으로 들리셨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소리도 있고 한번을 들었지만 잊을 수 없는 소리도 있고 매순간 듣고 싶은 소리도 있고 찾아 들을 수 있는 소리, 찾아 올 수만 있는 소리.

이렇듯 수많은 소리들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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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후천적 아들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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