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셀레브리티 크루즈~”
갱웨이의 끝에서 정갈한 제복 차림의 선장과 크루들이 승객들을 반기며 샴페인을 나누어준다. 하얀 머리의 친구들을 따라 투명한 굴을 통과한 후 맞이한 이 화려하고 낯선 세계는 날 자연스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길을 안내해주는 토끼는 없지만 내 앞에 나타날 체셔 고양이와 하트여왕은 어떤 모습일까? 나의 흥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승선하고 나서는 모두 한자리에 모여 안전 교육이 이뤄진다. 비행기를 탈 때는 안전교육에 제대로 귀 기울여 본 적 없는데 사뭇 진지하게 교육을 듣게 된다. 그것은 내게 닥칠 불분명한 공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모두가 잊지 못하는 그 날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 때문일 거다.
크루즈의 꽃을 하나만 꼽자고 하면 ‘정찬’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크루즈를 예약할 때 저녁 식사 시간을 미리 설정해놓는데 이것은 정찬을 위해서이다.
“헬로우~ 나는 엘비스고 너희들의 테이블을 담당하는 웨이터야. 식사 시간에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내게 말해줘.”
내 동행과 나의 테이블은 우리 둘만 앉을 수 있는 2인용이었고 웨이터 엘비스와 그의 보조인 예시와트가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둘 다 인도인으로 고아 출신이었다. 세 가지 소스와 세 가지 종류의 빵부터 시작해 에피타이저, 메인, 디저트까지 골라서 먹을 수 있었다. 메뉴판에는 그날의 스페셜 메뉴와 고정 메뉴가 빼곡히 익숙하지 않은 명칭으로 적혀있어 하나만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엘비스! 혹시 에피타이저 두 개 시켜도 돼?”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엘비스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뭐든 네가 원하는 만큼 다 시켜도 돼.”
천국에 레스토랑이 있다면 분명 이런 모양일 것이다. 난 감동받은 채로 에피타이저 두 개와 메인 메뉴 한 개 디저트 한 개를 시켰다. 크루즈 승선이 까다롭다는 말에 긴장을 잔뜩 한 데다 이동시간과 대기시간이 길었던 탓에 상당히 지쳐있었는데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런 맛이었다. 밥을 먹는 사이 배는 그 운항을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배가 출발한다는 방송도 폭죽도 사람들의 환호도 없는 조용한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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