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1박 2일의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체험학습의 테마는 대구 도시 탐험이었죠. 일기예보에서 체험학습을 하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모두 비가 올 것이라 해서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서 떠났습니다. 그런데 떠나기 전날 찾은 두 네 잎 클로버의 효엄인지 목요일은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해가 나기도 해서 대구의 더위를 맛볼 수 있었지요. 금요일은 계속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비가 오지 않다가 돌아가야할 바로 그 시간에 비가 와서 완전 다행이게 체험을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금요일은 대구 E월드 정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날씨가 활동을 도와주었지요. 네 잎 클로버의 행운 덕일까요? 복권을 살 걸 그랬나봅니다. 하하.
세월호 이후 교외 체험학습이 금지되었다가 다시 허용되면서 안전교육이 강화되고 소규모로 나뉘어서 활동하는 것을 권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체험학습이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품게 되었죠. 그 결과 체험활동을 교과연계하여 진행하게 되었고 아이들이 직접 계획을 세우고 활동하게 끔 하였습니다.그리고 5~6명 정도의 모둠으로 나뉘어 활동하는 것으로 하고요. 이번 대구 탐험은 사회, 역사 교과에 연계하여 대구 골목길 투어를 기반으로 대구의 역사와 경제, 문화 등을 알아보는 것으로 기획되었죠. 이에 맞춰 학생들이 모둠별로 탐험 코스를 정하고 활동 내용, 식사 및 간식 계획을 짰습니다. 이는 여행 전에 프로젝트 시간이 주어져서 계획하게 되었죠. 모둠 별로 교사 1명이 배정되었는데 활동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계획을 실행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고 혹여 모를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만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계획, 실제 활동, 그리고 이후 공유(발표), 보고서 등 모든 것이 사회, 역사 교과의 수행평가로 활용되기에 이에 대한 평가자 역할도 맡았지요. 처음엔 아이들이 교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다가 자신들끼리 머리를 모아 해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들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은 길을 가던 지역분이나 주변 상점의 상인분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아무 생각없어 보이던 아이들이 주변을 더 자세히 둘러보고 지도도 보고 눈빛이 초롱초롱해 집니다.(저만의 착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해서 찾은 목표지들이라 성취감이 들어선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어떤 곳인지 안내판의 글을 읽기도 기록하기도 합니다. 계속 논의되고 있지만 교사는 특정 장소에서 아이들의 연락을 받기만 하고 아이들끼리만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걱정되는 마음에 교사를 모둠마다 1명 따라가게 한 것인데 그냥 아이들을 믿고 자신들끼리만 활동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려움에 처하면 결국 교사에게 도움을 처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면 어떻게든 자신들끼리 해결하려 할 것입니다. 이번 체험학습을 통해 충분히 아이들끼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맡은 모둠의 코스는 '서문시장-3.1만세운동길(청라언덕)-계산성당-이상화, 서상돈 고택-김광석 거리-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동성로'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서문시장의 많은 인파에 "역시 우리는 남해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보다. 사람이 많으니 불편하다."라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나누어서 웃을 수 있었습니다. 남해 시장의 모습과 비교하면 사람이 몇십배는 많았으니까요. ^^ 4지구 앞에 소방서가 있던데요. 4지구는 작년 서문시장 화재에서 불탄 바로 그 곳이죠. 그 화재 이후 아예 4지구 앞에 소방서를 만든 거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지만 그래도 다음 소는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평소 지도를 본다던지 길을 찾아간다던지 하는 경험이 없어서인지 금새 방향을 잃어버리는 아이들입니다. 한두번 도와주다가 이러면 의미가 없겠다 싶어서 난 이제 안 가르쳐줄거니 스스로 알아보던지 대구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더니 쭈뼛쭈뼛 지나가던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봅니다.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알려주자 아이들은 금새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말을 합니다. 여기서 용기를 얻었는지 이 다음부터는 서슴없이 지나가는 사람이나 상인분에게 묻게 됩니다.
심지어 외국인에게도 서슴없이 말을 거는 아이들입니다. 3.1만세길을 내려와 계산성당 앞에 다다랐는데 외국인이 보이자 말을 건 것이죠. 외국인이 가방을 열더니 태극기를 아이들에게 나눠줍니다. 아이들은 곧 사진도 같이 찍고 하네요. 이 때 전 멀찍히서 아이들이 자신들끼리 활동하게 관찰만 하고 있었죠. 조금 있다 아이들이 다가오자 무슨 일이냐고 묻자 외국인 아저씨가 태극기를 하나씩 줘서 그냥 주는 줄 알았는데 이내 자신은 청각장애인이고 태극기 주는 대신 3000원을 달라고 하는 내용이 담긴 종이를 보여줘서 줬다고 합니다. 그러곤 같이 사진을 찍은 거죠. 무언가 사기를 당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뭐라 하려고 했는데 외국인에게 말을 걸어보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과 불쌍한 장애인을 도왔다는 것, 그리고 3.1 만세길에서 태극기를 얻게 되었다는 것에 한참 즐거워 하는 아이들을 보며 함부로 돈을 주면 안된다는 이야기만 하고 말았습니다. 그 외국인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이 절 기분좋게 만들어 줬습니다.
계산성당의 내부와 외부입니다. 계산성당이니까 수학과 관련이 있는 곳이지 않을까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했다가 맞을 뻔 했습니다.
이상화 고택 가는 골목길 담장에 저렇게 아이들 그림 판넬을 세워놓았더군요. 진짜로 아이 몇이 담장에 올라 보는 줄 알고 놀랬어요.^^
김광석 거리로 가는 길에 탔던 모노레일입니다. 아이들이 무척 신기하게 생각했죠. 저 역시 처음 타봤는데 지하철 비슷하면서도 주변 도시 경관을 볼 수 있으니 훨씬 재밌더군요. 이 모노레일을 탔던 역이 신남역이었는데 "다음 역이 화남역일까?"라고 말했다가 모노레일 밖으로 밀쳐질 뻔 했네요.
의외로 아이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많이 알고 있어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같이 부르기도 했습니다. 모르는 노래가 나오면 저보고 불러달라고 해서 주저없이 불러줬죠. 한 때 김광석 노래 엄청 불렀던 적이 기억나더군요. 덕분에 아이들과 더 친해진 기분이었습니다. 세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불렀던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리 중간에 김광석 노래를 버스킹하는 여자분이 있었습니다. 무척 잘 부르셔서 한동안 아이들과 듣고 있었습니다. 박수가 절로 나오더군요. 노래부르는 화가라고 적혀있던데 그림도 그리나 보더군요. 대구 거리 곳곳에 사진에서 처럼 안개같이 물을 뿌려주는 설비가 되어 있더군요. 덕분에 조금은 시원했습니다. 덧붙여 김광석 거리의 운치를 더해 주기도 했고요.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정도만 할게요.^^ 아이들이 걷는 게 힘들지만 여러가지로 재미있었다고 즐거웠다고 말하네요.
체험학습이란 것이 어쩌면 제가 학교 다닐 때 갔던 수학여행과 비슷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패키지 여행같은, 생각없이 몸만 차에 실어놓기만 하면 되는 단발성 유람에 그치지 않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활용, 적용할 수도 있고 그곳에서 배울 수 있게 하려 하는 점에서 그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이 학생들의 기획과 계획에 의한 것이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또 배우고, 교과들이 그 속에 녹아들어가 연계되어 일종의 주제통합프로젝트 형태가 되게 하려 하지요. 물론 아직은 교사들도 서투르기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체험학습 후에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을 갖고 교사들 자체에서도 피드백을 나누면서 내년은 올해보다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를 뿌리려던 하늘도 우리의 바람과 믿음에 찌푸리기만 하지 끝내 비를 뿌리지 않았을 정도니 분명 내년은 더 나을 것입니다.(내년엔 네 잎 클로버를 더 많이 찾아야겠어요.^^;;;)
여튼 체험학습 무사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격려해주고 염려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 참 대구 골목길 투어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계산성당 근처에서 외국이니 주는 태극기는 받지마세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