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아이를 돌보며 엄마들을 위한 생활 팁을 알려주는 브이로그를 운영하는 ‘스테파니’(안나 케트릭). 주변 학부모들은 ‘엄마’라는 역할을 모범생처럼 수행해내는 스테파니를 보며 아이를 향한 그녀의 헌신과 에너지에 감탄한다.
반면, 첫 눈에 스테파니를 홀린 엄마가 있는데, 바로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다. 그녀는 패션지에서 일하는 완벽한 스타일의 커리어우먼인 동시에 한 아이의 엄마이다. 가정적인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스테파니와 다르지 않은 그녀를 스테파니는 거의 우러러보다시피 한다. 두 사람은 아이들 덕분에 안면을 트게 된다. 그렇게 한 꺼풀씩 더한 비밀들 까지도.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을 픽업해달라는 부탁 하나만 남긴 채 에밀리는 자취를 감춘다.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가정을 돌보는 동시에 그녀의 행적들을 추적해나가며 그녀의 비밀을 캐낸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너무나 가정적인, 하지만 틀에 박힌 엄마 ‘스테파니’와 모든 걸 가진 너무나 자유로운, 하지만 어딘가 깊은 곳에 치명적인 비밀을 숨기고 있을 것만 같은 ‘에밀리’. 전혀 다른 모습의 두 엄마가 만나면서 서로의 가면을 벗겨내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칙릿 소설의 스타일을 그대로 옮겼다. 그 시절 칙릿 소설을 읽었을 요즘 엄마들의 입맛에 맞춘 음악, 패션, 라이프스타일이 그대로 담겼다. 그리고 누구나 좋아할 길티 플레져들이 가득하다. 스테파니는 브이로그에서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비밀은 마가린과 같아서 쉽게 번지고, 심장에 좋지 않다’고. 버터와는 다르게 묘하게 저렴한 맛을 내는 마가린은 그 자체로도 당기는 매력이 있는 식재료다. 영화 속 비밀들은 뻔한 싸구려 치정극과, 스릴러들이 버무려져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풍기는 가볍고 독특한 분위기는 계속해서 다음에 이어질 질척거리는 비밀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스테파니가 에밀리의 비밀에 더 다가갈수록, 그리고 에밀리의 가정에서 그녀의 자리를 하나씩 차지해 갈수록 두 사람의 모습은 반전된다.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집에 자리를 틀어 버섯같은 욕망들을 피워낸다. 반면, 에밀리는 비밀스러움과 거짓말 속에 숨긴 희생들이 차례로 드러난다. 스테파니가 에밀리의 꼬리를 잡아가면서 ‘엄마’의 틀 안에 숨겨졌던 욕망들이 뻗어나가는 모습에선 길티 플레져를 맛본 사람의 해방감이 느껴진다.
영화는 서로의 비밀을 들춰내며 반전에 반전, 쇼에 쇼를 더한다. 예전 통신사 광고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쇼 더하기 쇼는 쇼’ 쇼를 두 번 더했는데, ‘쇼쇼’라던가 ‘쇼2’가 되지 않고 그냥 ‘쇼’이다. 0+0=0 같은 문구인데 뒤에는 계속해서 캐릭터가 불어난다. 그때도 지금도 입에 참 잘 붙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반전들도 그 순간에는 눈에 참 잘 붙는다 싶지만, 계속되는 쇼들을 더했을 때 그것보다 더한 쇼는 나오지 않는다. 마가린을 넣어서 낼 수 있는 맛은 마가린이지 버터는 아니다. 스타일로 한껏 부풀린 영화 속에는 거품의 부피만큼의 깊은 맛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