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과제를 한 명씩 점검했다.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과제를 수정하고 있으면 내가 돌아다니면서 확인하는 방식이다. 몇 명의 학생들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중간고사와 많은 과제로 지친 것 같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못된’ 생각이 일어났고, 안쓰러운 마음을 덮었다.
자고 있는 학생들을 일부러 깨우지 않고 지나쳤다. 학점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상대평가 때문이다. 상대평가는 다른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못한 점을 기록해야 나중에 문제가 없다. ‘과제 체크할 때 잤기 때문에 다른 학생보다 학점이 낮다.’라고 말할 수 있다. 졸린 수업을 한 교수 탓이 아니라 학생 탓으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상대평가는 학생들이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을 찾게 만든다. 학생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울 약점을 찾는 비루한 선생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