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체客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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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옛날, 어렸던('젊은'이 아닌) 20대 시절.

아는 이가 나를 어떤 작업실로 데리고 갔다. 작업실 주인은 내 또래였다. 한쪽 벽에 음반들이 좀 있었다.

진열된 음반을 훑어보니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전위 음악 계열 앨범들 위주였다. 서유럽, 특히 독일의 70년대 전자음악 앨범들이 많은 편이었다.

음반을 구경하는 내 모습을 본 작업실 주인이 내게 어떤 음악(팀)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메탈리카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작업실 주인은 “아. 네. 그러시군요. 메탈리카, 좋은 팀이지요. ㅎㅎ”라고 말하며 살짝 웃었다. 그 웃는 표정에 우월감, 비웃음, 대견함 같은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꽤 솔직하게 드러내는 성향인 것 같다. 그리고 난데없이 자신이 좋아하는(이라기보다 아는) 70년대 전위적 전자음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메탈리카'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내 음악 '지식'을 넘겨짚은 모양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이 그런 '난데없는 설명'을 자신 있게 시작하면, 혹시나 내가 모르는 내용이 나올까 기다리다가 다 아는 내용을 꼼짝없이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그가 꽤 희한하게 보였는데, 음악 지식을 우열의 기준으로 삼는 인간을, 그 생각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인간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만든 앨범'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남이 만든' 앨범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경험이 적었던 당시에는 그런 인간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그는 '나(주체)'가 없어 보였다.

요즘엔 그런 인간들을 만나는 경우가 적은 편인데, 혹시라도 만나게 되면 다음처럼 대처한다.

"에비! , 쉭쉭~ 저리 가~ 쉭~"

// 덧.
물론 여전히 메탈리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