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달라야만 한다는 생각을 비판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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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열쇠 집 아저씨가 지금 출근했다. 철제 셔터문에 도배되어 있는 포스터를 떼고 있다. 어젯밤 누군가가 마구잡이로 붙여 놓았을 포스터를 찢어지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떼낸 다음 반듯하게 접어서 종이가 필요한 이들이 가져가기 쉽도록 전봇대 옆에 가지런히 놓는다.

수십 년간 홍대 정문 앞에서 도장집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포스터를 떼내었을까. 문득 생각해보니 이 집도 꽤 오래되었다. 다른 도장집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저씨는 살이 조금 더 붙었고 머리는 약간 더 넓어졌다. 이 곳이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포스터를 떼낸 자리에 지저분한 그라피티가 드러났다. 90년대 중후반부터 홍대 거리에 나타나기 시작한 그라피티는 뭔가 이상했다. 구별이 안 가는 비슷한 그림체, 비슷한 사인, 농구, 힙합 하는 흑인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한 명이 홍대 앞 거리의 그라피티를 전부 다 그린 것처럼 보였다.

바스키아나 키스 해링은 개성이 뚜렷한 표현방식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표현 방식뿐만 아니라 콘셉트와 아이디어가 대단했던 뱅크시 역시 다른 그라피티와 달랐다. 그런 그라피티 밖에 몰랐던 평범한 미대 출신에게는 스프레이로 그린 똑같은 표현과 똑같은 타이포그래피, 똑같은 흑인, 농구, 힙합이 그려져 있는 '그라피티'는 꽤 낯설었다.

남과 똑같이 가는 몰개성화가 그라피티계의 새로운 유행이 된 것이었을까. 남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비판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모두 함께 똑같이 하자는, 새로운 반골 정신을 표현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남과 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건 이제 지겨워요. 남과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요. 비슷하면 어떤가요. 우리 이제 다 똑같이 해요. 어차피 세상은 다 똑같아요. 거기서 거기예요.'

이런 콘셉트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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