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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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에 특강을 하러 갔다. 학생처이면서 학생상담센터인 어느 장소에서 대기했다.

그 공간이 꽤 깔끔했다. 대출고객을 상대하는 은행의 2층 같다. 소파와 탁자의 모양과 재질은 모던하다. 테이블에는 아직 시들지 않은 생화가 꽃병에 정갈하게 꽂혀있다. 그 옆에는 투명한 유리그릇에 캐러멜과 사탕이 적당히 담겨 있다. 기다리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것 같다.

교직원들의 책상 앞에는 자신의 이름과 직무가 적힌 작은 명패가 있다. 글꼴의 크기는 70포인트 정도다. 이 곳에 들어왔을 때, 그 명패를 보고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세심하다. 학생들에게 '서비스'하겠다는 목적이 보인다. 나이 오십 정도의 교직원 선생님이 한 학생과 상담 중이다. 주로 존댓말을 하고 아주 가끔 상황에 어울리는 친근감 있는 반말을 섞는다. 친절하면서 끈질기게 상담을 하고 있다.

담당자가 나타나서 나를 특강 장소로 안내한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옛 건물과 새 건물이 섞여있다. 새 건물들은 당연히 그럴듯해 보인다. 옛 건물을 봐야 그 학교를 알 수 있다. 특강 장소로 걸어가면서 옛 건물들과 보도블록, 쓰레기통, 화단,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바닥을 구경했다. 낡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세심하게 관리되어 있다.

특강 장소는 컴퓨터들이 있는 실기실이었다. 수십대의 컴퓨터가 교수를 향해 일방향으로 배치되지 않고 'ㄷ'자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프로젝터와 거대한 평면 TV(모니터) 그리고 한쪽에는 큰 책상이 있다. 그 책상 위에서 학생과 교수가 함께 과제를 점검하는 모양이다.

실기실도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맨 콘크리트 벽에 학생들의 오래된 과제가 대충 붙어있는, 그런 실기실이 아니다. 살림살이는 많지만 정갈한 살림집 같다. 학교 실기실이 아닌 작은 디자인 사무실 같다.

1차 특강을 마친 다음 식사를 하고 교내 카페로 갔다. 직원은 세심하게 나를 챙긴다. 교내 식당과 카페도 정갈하다. 낡은 곳도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 벽에는 특이한 벽보가 붙어 있다. 흡연 적발 시 벌금은 얼마이며 총장님과 면담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화장실에서 담배 피운 학생과 면담을 하겠다는 총장이라. 꽤 깐깐한 것 같으면서도 진짜 '교육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벽보다. 어쨌든 단 몇 시간 동안 둘러봤지만, 이 학교가(구성원들이) 꽤 섬세하고 깐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러 대학들을 다니면서 '좋은' 대학을 구별하는 기준이 생겼다. 외부 손님들이 가장 많이 들리는 본관은 대부분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다. 외부 손님들이 보기 힘든 '학생휴게실'과 '시간강사 휴게실'이 좋으면 대부분 '좋은' 대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