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권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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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옷을 말끔하게 차려입은(패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듯한),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한 세련된 남자가 주택가 골목 어느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맛있게 피우는 것이 아니라 멋있게 피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멋있게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손으로 턱 전체를 깊숙이 감싼 채 담배를 입에 물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동시에, 마치 고뇌에 찬 듯 눈썹 한쪽을 살짝 찡그리며 지나가는 사람을 여유 있게, 그리고 도발적으로 쳐다보고 있다. 만약 그의 얼굴이 조금(많이) 잘생기고 그 골목의 배경이 흑백이었다면 남자 연예인의 화보 사진처럼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있어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단순히 니코틴을 보충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담배를 멋있게 피우는 당당하고 세련된 남자를 '연기'하고 있었다. 그에게 담배란 패션이고 액세서리이며 남자만의 거친 힘을 표출해주는 도구였다.

#2.
옷을 말끔하게 차려입은(패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듯한), 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한 세련된 여자가 주택가 골목 안에 있는 어느 건물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외면한 채 약간 돌아서 있지만 누군가 시비 걸지 않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의지가 담겨있는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단순히 니코틴을 보충하는 것이었다.

#3.
허름한 옷차림의, 7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 노인이 주택가 골목 안에 있는 어느 건물 옆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 노인의 옆에는 폐지를 가득 실은 작은 리어카가 세워져 있었다. 노인은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경계하지도 않았다.

거의 끝까지 핀 짧은 담배꽁초를 엄지와 검지로 간신히 쥔 채로 깊숙이 담배연기를 들이쉬고 내뿜었다.

노인에게 있어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생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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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담배가 그나마 가장 '평등한' 기호식품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담배와 권력 2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