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별은 남자다. 머리카락이 등의 반 이상을 덮을 정도로 꽤 길었다.
"그렇게 머리가 길면 이런 날 많이 덥지 않나요?"
요즘처럼 푹푹 찌는 어느 날, 그가 나름대로 최대한 정중하게 나에게 말했다. 그는 내가 그림을 가르치는 학생(여자)의 남자 친구였다. 자신의 여자 친구를 자주 데리러 오곤 했다. 그 여학생은 자신의 남자 친구가 홍콩배우 '유덕화'를 닮았다며 좋아했다.
외모는 모르겠지만 하는 행동과 말투가 영화 '천장지구'의 유덕화 같긴 했다. 여자는 여리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는 전형적인 마초 남성, '나는 남자야'라고 끊임없이 자신을 포장하고 연기하는 과장된 배우 같은 행동이 닮긴 했다.
그는 남자인 내가 머리가 긴 것이 무척 못마땅했다. 안면이 좀 트자 맘먹고 그런 질문을 했다. 하지만 글을 보는 독자들도 능히 짐작하겠지만 그것은 질문을 가장한 비난이었다.
"그러게요, 머리 긴 대부분의 여자들도 참 덥겠네요. 한심하죠? 남자들처럼 짧은 머리를 하면 여름에 안 더울 텐데 말이죠. ㅇㅇ(여자 친구 이름)도 무척 더워 보이는데 시원하게 자르라고 해요."
"......"
그는 대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