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에 관한 고전적인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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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은 미완성 저작 <국가와 혁명>에서 공산주의 사회를 2단계로 분류했다. 2번째 단계가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 공산주의 사회다. 물론 1단계조차 실현되지 못했다.

그가 생각한 1단계의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평등'이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직 불평등을 기초로 한 것으로, 개인이 더 이상 생산수단을 점유하지 않는 '불공정'을 해소한 것에 그쳤다. 진정한 '평등'과 '공정'은 1단계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실현되지 못하는 것으로 기술했다.

레닌은 2단계의 이상적 공산주의가 실현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와 국가의 엄중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썼다.

사회주의를 '노예의 길'이라고 비판한 하이에크도 진정한 자유주의 사회가 실현되려면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양 극단에 있는 레닌과 하이에크의 공통점은 일반적인 인간의 이성과 지성을 신뢰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사회를 통제하는 사람, 사회의 규칙을 만들고 집행하는 소수의 사람은 이성적이고 지성적일 것이라고 '가정'한 것 같다. 이건 꽤 아이러니하게 보인다. 인간의 지성을 믿지 않는 동시에 믿는다는 얘기 아닌가. 믿을만한 소수의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한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인상적인 것은, '노력'과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에 관한 청소년들의 믿음은 순진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지금 이 사회가 평등하기는커녕 '공정'하지도 못하다는 말이다.

'능력주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찬성할 것이다. 심지어 레닌이 생각한 사회에서도 노동자는 공동기금에 해당하는 노동의 양을 공제한 뒤, 그가 사회에 이바지한 만큼의 양을 사회로부터 받게 된다. 더 노력한 사람이,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이 받는다.

하지만 100년 전의 레닌은 1단계 공산주의 사회에서 일부 불공정을 겨우 해소한 다음, 오랜 시간 강력한 통제를 해야 비로소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가 올 것이라고 기술했다. 한마디로 인간은, 이기적이고 욕심 많고 믿을 수 없는 불안한 존재라고 생각한 것 같다.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사회는, 이성적이지 못한 인간들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그저 '이상'일 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능력주의는 '공정'한 규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는다. '공정'이다. 공평이나 평등이 아니다.

공정한 규칙이란, 100m 달리기를 할 때 같은 라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키도 크고 근육질이다. 어떤 이는 체계적인 육상훈련을 따로 받았다. 어떤 이는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경기에 나왔다.

각자 경우가 다르다. 하지만 규칙은 100m를 달리는 것이다. 누군가가 규칙을 어기고 80m만 달리면 안 된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고 체계적인 육상훈련을 받고 영양가 넘치는 식사를 한 사람이 80m만 달리는 사회는 공정하지 못한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