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시에 대여섯 명이 모이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두 명이 이미 와 있었다. 그 자리의 주최자인 한 명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는 다른 한 명과 인사를 주고받은 다음 자리에 앉았다.
5분 여가 지난 후 비로소 주최자가 그를 쳐다보며,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 미처 인사를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말하며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그는 주최자의 행동이 ‘연기’ 임을 알고 있었다. 예전부터 ‘소심한’ 주최자는 자신이 똑똑한 사람, 천재끼가 있는 사람,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했다. 게다가 주최자는 오늘 모인 사람들에게 미안해할 만한 일이 있었다.
자신의 작업에 너무 몰두해서 도착한 사람을 인지하지 못한 천재 예술가마냥 인사를 뒤로 미룬 행동은 그 미안함(민망함)을 감추려는 목적과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내세우려는 '퍼포먼스'였다.
주최자는 여전히 능력(천재)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정도면 수재는 아니더라도 일반 사람들보다는 나름 예술에 조예도(관심도) 있고 집안도 좋고 똑똑한 편인데도 스스로 자신의 능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최자는 천재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름 똑똑한 그는 자신이 천재 혹은 수재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최자는 천재가 되는 대신 ‘천재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기로 한 모양이었다.